[사설]사정팀의 부작용을 경계한다

[사설]사정팀의 부작용을 경계한다

입력 2003-02-14 00:00
수정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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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차기 정부가 청와대 직속으로 사정팀을 신설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는 과거 정권의 사설정보 조직처럼 운영된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과는 달리 검찰수사관,경찰,국세청 직원 등 10여명으로 팀을 구성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옷로비 사건의 여파로 지난 2000년 10월 사직동팀이 해체된 뒤 대통령 아들 등 권력형 비리가 불거졌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된다.사직동팀의 기능이 공조직인 검찰 등으로 이관된 뒤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등 권력층에 대한 내사 등 비리 예방기능이 취약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권력 비대화 가능성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정팀 신설은 한동안 잊혀졌던 사직동팀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신설될 사정팀의 행동 반경을 대통령 친인척으로 제한하고 공개·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하더라도 주된 임무가 비리 첩보 수집과 내사에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형태로 회귀할 소지는 항상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청와대에 힘이 집중될수록 이같은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다.미국 등 선진국들이 대통령 직속의 사정기구를 별도로 두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는 사정팀 신설에 앞서 과거의 실패 사례부터 먼저 철저히 점검할 것을 주문한다.친인척 비리 척결은 사직동팀과 같은 별도 조직의 존재 여부보다 권력자의 의지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과거처럼 믿을 만한 ‘패거리’들로 사정팀을 구성한다면 ‘견제’ 기능은 실종되고 ‘비호’ 기능만 남는 악습이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권력기관 운용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렸다는 전직 검찰총장의 조언은 새겨볼 만하다고 본다.

2003-0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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