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꽃보다 아름다운 동자승들의 얼굴

얼굴/꽃보다 아름다운 동자승들의 얼굴

입력 2003-01-24 00:00
수정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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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목청껏 외치는 노래가 있다.동자승의 맑은 얼굴이 표지에 올라와 있는 책 ‘얼굴’(이지엽·정성욱 지음,고요아침 펴냄)을 들추고 있다 보면 어느새 그 노랫말이 떠오른다.

컴퓨터 게임도,만화영화도 모르고 그저 산문(山門) 바깥에 세상의 끝이 있는 줄로만 믿는 산골 절집의 아이스님들.

엄마 같은 무학스님과 목탁소리,합장,부처님이 세상의 전부인 7명의 코흘리개 동자승들이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암리의 작은 절 ‘백화도량 해인사’에 모여산다.책은,두달여 이들과 함께 지낸 이지엽·정성욱 시인이 쓴 산문시 모음.많아야 예닐곱살인 동자승들은 시인의 눈에 그대로 천진한 ‘사람 꽃’이고 또 영락없는 부처님의 얼굴이었다.

‘꽃 지고 남은 산길,/꽃이 된 동자들이 재잘거린다/해 깊어 가지에 걸린 달/동자스님 얼굴같은 달/해인사,/고요 몇 겁 걸어다니고/공양보살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강아지 한마리/아름다운 한폭/풍경화 같은 절 속에/꽃이 진 산길/꽃으로 다시 핀 동자들이 산다’(꽃 진 산길,꽃이 되어 피는)

넘쳐나는 서정은 기어이 그리운 엄마 생각으로 울컥,울음으로 터지곤 한다.

‘혼자 대비주와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을/외우고 있노라면/아직은 눈물이 많이 납니다/날 두고 가신 엄마/소리내 울지도 못하고/산 너머 가신 엄마/딴청을 부리며 모른 체 했는데/오늘은 불현듯 보고 싶습니다/그래서 더 큰 소리로 악을 쓰기도 합니다/목탁을 세차게 두들기기도 합니다/이런 밤에는 별들이 무진장 쏟아집니다/머리통이 빛납니다(…)’(이런 밤에는 별들도 눈물을 흘리겠다)

사진전문가 최옥수·배홍배씨가 찍은 100여장의 사진들이 산사(山寺)의 서정을 더한다.99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01-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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