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레드 산드라

[씨줄날줄]레드 산드라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2-12-14 00:00
수정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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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속 붉은 장미를/우지직끈 꺾어보내 놓고/그 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자라다/늬 수정같은 맘에/나 한 점 티 되어/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차라리 얼음 같이 얼어 버리련다.(노천명의 ‘장미’중)’ 시인이 이렇게 사랑의 안타까움을 쏟아 놓았던 것처럼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사모함을 상징하는 꽃으로 통한다.그러기에 연인들은 상대방의 생일에 나이만큼의 붉은 장미꽃송이를 선물해 뜨거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리라.

장미는 고대 이집트의 출토품 가운데에 무늬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 중국 후오대에 장미에 관한 미술품이 있었을 정도로 인류와 오랜 연관을 가진 꽃이다.페르시아전설이나 그리스·로마신화 등에도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날카로운 가시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오늘날의 원예종 장미가 나온것은 18세기 말 유럽에 아시아의 여러 원종들이 도입돼 원종간의 교배가 이루어지면서부터라고 알려진다.

그러나 이렇게 육종된 장미를 아무나 심어서 팔았다가는 재산권침해로 소송을 당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2001년 우리나라도 가입한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협약 때문이다.이 협약은 새로 개발한 식물 신품종에 대해 ‘품종보호권’을 인정받으면 20년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종자산업법’을 제정해 품종보호권의 법률근거까지 갖췄다.이에 따라 신품종 장미를 재배할 경우 그루당 1달러 상당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한·독 장미전쟁’이라 불린 한국화훼업계와 독일 육종회사간의 ‘레드 산드라’ 상표 분쟁도 이 ‘품종보호권’과 관계가 있다.독일산 붉은 장미 종인 레드 산드라는 1987년부터 국내 재배돼 장미 재배량의 35.7%를 점유하고있으나 육종 시기가 오래된 탓에 ‘품종보호권’을 요구할 수 없었다.그러자 독일측이 상표권으로 로열티 요구를 하고 나온 것이다.12일 대법원의 ‘상표권 없음’ 판결로 레드 산드라 분쟁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그러나 이번판결은 레드 산드라에 한정된 것일 뿐이다.한국고유종 7종이 개발돼 있다지만 실용화 실적이 극히 미미한 국내 사정상 장미화훼업자들은 다른 모든 장미종에 대해 외국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연인에게 붉은 장미 스무 송이를 선물했다면 꽃값에서 한 송이당 12원씩,240원은 외국에 바치는 꼴이 되는 게우리의 현실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2002-1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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