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신여고 또래상담동아리 큰 성과“친구야 힘내 너의 고민은 나의 아픔이야”

서울 영신여고 또래상담동아리 큰 성과“친구야 힘내 너의 고민은 나의 아픔이야”

입력 2002-12-10 00:00
수정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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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신여고 2학년 양미영(18)양은 지난 여름방학 직후 미국으로 떠난 같은 반 친구 때문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아무 설명없이 학교를 그만 둔 친구의 속사정이 궁금해 알아보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허겁지겁 이민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연락이 닿은 친구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방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미영양은 낯선 땅에서 힘들어할 친구가 안타까워 편지와 전화로 꾸준히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처음엔 별 반응이 없던 친구는 두달이 지나자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최근 통화에선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지난해부터 ‘또래 상담자’로 활동해온 미영양은 이때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나랑 똑같은 고민이네

“우리 또래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고민은 거의 비슷해요.학업문제,가정불화,이성교제 등이 주된 고민거리지요.사실 상담을 해준다기보다는 그냥 친구끼리 고민을 터놓고 들어주는 정도예요.”.또다른 또래 상담자인 정선윤(18·2년)양은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때면 자신이 안고있는 문제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고 한다.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인지라 서로 고민을 털어놓다 끌어안고 우는 일도 자주 있다.

중학교 상담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또래 상담을 하게됐다는 김주희(18·2년)양은 때때로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상담문제를 해당 학생의 처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왕따’여학생이 안쓰러워 이것저것 신경을 쓰는 아버지에게 김양은 “의식적으로 잘해주면 아이들에게 더 따돌림을 당하니까 너무 티나지않게 대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드렸다.그러나 정작 주희양도 고민이 있으면 친구에게 먼저 달려간다.“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친구랑 얘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힘내,네 옆에 내가 있잖아

영신여고(교장 석성환)에 또래상담 동아리 ‘사이드(Side)’가 생긴 지는올해로 5년째.교내에서 일정한 상담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주변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임이다.고민이 있어도 전문 상담기관이나 부모,선생님보다는 친구를 먼저 찾게되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또래상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짐작할 수있다.

첫해부터 동아리를 이끌어온 김현준(48) 교사는 “처음엔 봉사 점수 때문에 지원했다가 상담훈련 과정이 쉽지 않아 중도탈락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두터운 학생들이 상담자를 자원한다.”고 설명했다.현재 5기 30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신입 회원을 뽑을 때는 졸업생까지 참여할 정도로 돈독한 유대를 자랑한다.1기 때부터 사용해온 ‘사이드’란 명칭은 ‘우리는 모두 당신 편입니다.(We are all on your side)’라는 뜻에서 학생들이 직접 붙였다.

◆도움주기보다 오히려 도움받아요-“또래 상담자라고 해서 친구들의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해줄 수는 없어요.우리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걸요,뭐.진짜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사실이에요.얘기를 주고받다보면 저 스스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 걸 느껴요.”

유영주(17)양은 원래 소극적이던 성격도 또래상담을하면서 많이 밝아지고,주변에 친구들도 늘었다면서 좋아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상담심리를 전공한 김 교사로부터 1년간 또래 상담교육을받고,2학년에 올라갈 때 정식으로 또래상담자 발령을 받게 된다.하지만 또래상담이 특별한 형식을 갖춘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열린 귀와 너그러운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고민을 안고있는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다.

◆잘 들어주기만 해도 문제해결

또래상담의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는 경청이다.잘 들어주기만 해도 학생들이 안고있는 상당수 문제는 스스로 풀린다는 것이 김교사의 지론이다.때문에 또래상담을 할 때 절대 어른 흉내를 내면서 설득하려들지 말라고 조언한다.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부모가 자녀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습관을 들이기만 해도 왕따나 폭력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부모와 교사가 채워줄 수 없는부분들을 또래 상담자들이 대신함으로써 건전한 학교문화를 만들어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래상담은 지난 94년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시작돼 현재 1만4000여명의 또래상담자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대한YWCA연합회에서도 건전한 학교문화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98년부터 또래상담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2002-12-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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