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사전에 장애란 없다”

“마라톤 사전에 장애란 없다”

입력 2002-11-05 00:00
수정 200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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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P 연합) 시각장애인 육상선수 말라 러년(33·미국)이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러년은 4일 열린 뉴욕마라톤 여자 42.195㎞ 풀코스에서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며 역주를 거듭한 끝에 2시간27분10초로 5위를 차지했다.우승을 차지한 조이스 쳅춤바(케냐·2시간25분56초)에 불과 1분14초뒤진 좋은 기록으로,미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9세 때 망막 퇴행성 질환을 앓아 시거리가 4.5m에 불과한 러년은 장애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트랙 경기에 출전해 정상인과 겨룬 인간승리의 표상이지만 온갖 돌발변수가 상존하는 마라톤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바닥이 고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코너를 돌아야 했으며 마라톤 레이스에 필수적인 음료수 섭취도 혼자서는 불가능했다.이 때문에 대회조직위는 러년의 레이스를 돕기 위해 자전거를 탄 조력자를 배치,그의 뒤를 따라가며 “곧 코너가 나옵니다.” “왼쪽에 당신 물통이 있군요.” 등을 일일이 소리쳐 알려 주었다.

또한 러년이다른 선수들과 부딪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 여자부가 남자부보다 30분 먼저 출발하도록 했다.하지만 러년이 33㎞ 지점을 지날 때 불과 수십m 앞에서 선수들이 엉켜 넘어졌으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 어둠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섭씨 4도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시간30분대 진입 목표를 오히려 초과 달성한 러년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지친 기색 없이 “놀랍게도 마라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짧았으며 35㎞까지도 즐기면서 달렸다.”고 소감을 밝혔다.또 “나의 위대한 도전은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나서는 여느 선수들과 다름없다.”며 일반인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줄 것도 부탁했다.

러년은 오래전부터 장애를 뛰어넘는 의지력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92년 바르셀로나 장애인올림픽에서 4관왕(100·200·400m·멀리뛰기)을 차지한 뒤 시드니올림픽 1500m에서도 8강까지 진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고,지난해에는 5000m 미국 실내최고기록을 깼으며 그해 실외대회에서도 5000m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인에게도 불가능에 가까운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단거리에서 마라톤까지 섭렵한 러년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2002-11-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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