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과잉진압 파문/ “가스 주입전 인질살해 없었다”

러시아 인질극 과잉진압 파문/ “가스 주입전 인질살해 없었다”

입력 2002-10-29 00:00
수정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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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돔 쿨투르이(문화의 집)’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질극이 종결된지 이틀째인 28일 러시아군은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특별작전을 수행,즉각적인 보복공격에 돌입했다.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체첸에 대한 강경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인질들의 대규모 희생이 진압 당시 사용한 독가스 때문이라는 의혹에 이어 러시아군의 선제공격이 있었다고 인질들이 증언해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여기에 인질극 현장이 조작됐다는 의혹마저 겹쳐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테러와의 전쟁 선포

푸틴 대통령은 28일 “(테러범들이)어느 곳에 있든 모든 테러범들과 테러범들을 이념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세력들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내각회의에서 테러범들이 대량살상무기와 비견되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맞서기 위해 군부에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점차 잔인해지고 대담해지는 국제 테러리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에 관한 지침을 변경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군은 공군과 합동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특별작전을 펼쳐 30명에 달하는 체첸 분리주의 반군을 살해했다.이에 따라 피의 악순환이 당분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체첸 인질범들과 알카에다 연계설 속에 추가 테러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은 28일 밤 모스크바에서 우랄 지방 페름시로 가던 안토노프(AN)-24 여객기 2대가 공중 납치됐다는 기사를 긴급 타전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독가스 사용 논란 증폭

안드레이 셀초프스키 모스크바시 보건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압과정에서 숨진 인질 117명 중 두 명을 제외한 전원이 가스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그는 이 가스가 심장과 폐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현재 400여명의 인질들이 병원에서 가스 중독으로 치료받고 있다.이 가운데 140여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으며,45명이 매우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셀초프스키 보건부장의 발언은 진압작전에 사용된 가스의 독성이 매우 강력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옛 소련군이 개발한 무력화제제가 쓰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무력화제제는 보통 일시적으로 인체를 마비시킨 뒤 회복되는 게 정상이지만 러시아군이 인질범들에 대한 진압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성능을 강화했거나 더 강력한 다른 성분을 혼합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진압 과정에서 유독가스 사용이 확인되면서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여기에 극장안에 잡혔던 인질들의 안위를 알아보려는 가족들의 노력도 계속 무시되는 등 러시아의 비밀주의도 지탄받고 있다.

가스의 종류가 무엇인지 공개하라는 국내외의 압력에 러시아 관리들은 28일 독가스 사용 의혹을 부인했다.푸틴 대통령 수석 의료관리인 빅토르 포미니크흐는 이날 “특수부대 작전의 목적은 모든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린 또는 다른 독가스의 사용은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진입시점 논란

러시아 당국은 당초 체첸 반군들이 인질 처형을 시작해 어쩔 수 없이 무력진압에 나섰다고 밝혔다.그러나 구출된 인질들은 ‘처형’은 있지 않았으며 특수부대가 갑자기 유독성 가스를 살포하면서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특히 극장 프로듀서인 게오르기 바실리예프는 인질극 진압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극장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인질범들은 극장 안에 가스가 주입되기 전까지 단 한 명의 인질도 살해하지 않았다.”며 극장 안에 독가스가 퍼지자 반군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현장 조작 의혹도

러시아 TV가 진압작전이 직후 방영한 현장장면에서 죽은 인질범들 사이에서 술병과 주사기들이 발견된 것과 관련,인질들은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한 인질은 “인질범들은 술을 마시지도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으며 함부로 욕하지도 않았다.그들은 훈련을 매우 잘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했다.

박상숙기자 alex@
2002-10-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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