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서리꽃

[2002 길섶에서] 서리꽃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10-25 00:00
수정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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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미처 자태를 뽐내기도 전에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설악산 대청봉과 한라산 정상을 물들인 단풍은 밤새 내린 이슬이 얼어 붙으면서 온통 서리꽃으로 바뀌었다.뜻밖에 찾아온 초겨울 전령사가 펼치는 눈부신 파노라마에 등산객들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손발이 시린 날 쓴 일기와 가슴마저 시려 드는 밤 찾아나선 한 줄의 시(詩)에 생각이 미쳤다.또 등만 보이는 사람을 눈 앞에 둔,유월에도 녹지 않는 마음을 서리꽃에서 찾아냈다.

어느 사진 작가는 서리꽃밭을 필름에 담으며 하늘을 향해 한올 한올 피어오르다가 하얗게 빛이 바래 버린 어머니의 한숨을,애틋한 미소 한자락을 서산에 걸어두고 떠난 임의 뽀얀 얼굴을 떠올렸다.

서리꽃이 감탄사 이상의 의미로 가슴에 와닿은 것은 햇살과 함께 사라지는 짧은 생명 때문이리라.기나긴 겨울 그림자가 산자락을 휘감기 전에 서리꽃이 품은 이야기들을 찾아 나서는 것도 괜찮은 일탈(逸脫)이 아닐까.

우득정 논설위원

2002-10-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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