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양의 관상학:그 긴 그림자, 생김새로 구별짓고 차별하기

책/ 서양의 관상학:그 긴 그림자, 생김새로 구별짓고 차별하기

입력 2002-08-16 00:00
수정 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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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먼저 눈여겨보는 것은 상대방의 생김새다.아련한 첫사랑의 추억도 대부분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이런 생김새와 그 인상을 두고 발전해 온 것이 관상학이다.요즘은 학(學)이라 이름 붙이기가 꺼려지지만,관상학은 서양에서 오랫동안 고급과학의 자리를 지켜왔다.우리사회에서도 미신이라 업신여기면서 또 관상을 보는 업소가 여전히 성황을 이루는 게 현실이다.

‘서양의 관상학:그 긴 그림자’는 관상학의 역사를 추적해 그 그늘의 의미를 새겨본다.흔히 관상은 근대 과학과 합리주의로 인해 일찍 사라진 것으로 여기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변.

관상은 ‘예언적 관상’과 ‘성격분석적 관상’으로 나뉜다.예언적 관상이한 사람의 운명을 읽는 것이라면,성격분석적 관상은 외모에 주목함으로써 나와 남의 관계를 구별하는 것을 말한다.‘얼굴이 성격을 드러낸다.’는 말은 이 성격분석적 관상의 의미를 적절히 보여주는 예.서양 역사에서 예언적 관상은 빠른 시기에 퇴조했지만,성격분석적 관상은 팽창하고 세련돼 왔다.문제는 이 성격분석적 관상의 역사가 생김새를 매개로 타인을 구별짓고 집단을 나누는,타자에 대한 경계와 배타의 역사였다는 점이다.이 전통은 19세기 인류학·우생학과 같은 학문에 스며들어 인종을 구분짓고 차별하는 억압기제의 바탕을 이뤄 왔다.한마디로 관상이란 상대방의 생김새에 대한 인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육체를 인식하는 문화적 코드이자 규율이다.

인종주의는 바로 이런 관상학의 대표적인 산물.인종이란 본래 관상학적 코드를 이용해 사람의 생김새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나치즘의 반유대주의나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외국인 노동자 차별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타자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관상학은 서양근대사가 갖는 또 하나의 그늘인 셈.

이색적인 소재의 역사를 탐구해 온 저자가 ‘온천의 문화사’에 이어 발표한 책이다.2만 2000원.



김소연기자 purple@
2002-08-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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