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여우 꼬리

[2002 길섶에서] 여우 꼬리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2-07-17 00:00
수정 2002-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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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백년쯤 묵으면 둔갑을 한다.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면서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데 주로 아이들만 있는 집에 외할머니로 많이 나타난다.

왜 외할머니일까.예고 없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유일한 이방인이 외할머니라는 존재다.아이들에게 외할머니는 마냥 따뜻한 품이어서 의심할 겨를이 없다.그래서 여우는 외할머니로 둔갑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여우는 여우다.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꼬리는 못 감추고 이 꼬리 때문에 결국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여우가 외할머니로 둔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치마 속에 꼬리를 감추기 좋기 때문이다.하지만 치마 속의 꼬리를 아주 감출 수는 없는 법.잘 나가다 여우 자신의 실수로 정체가 드러난다.

마이크 잡은 사람이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한다고 그가 정말 백성을 친애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사람들은 오히려 그가 다른 자리에서 “서민이 감히….”한다든가 “암탉….”운운하면 그것이 그의 본색이라고 믿는다.어른들은 정치 뉴스에서 ‘여우 꼬리’를 금방 알아챈다.

김재성 논설위원

2002-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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