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기관차’란 별칭을 얻으며 월드컵 4강을 일군 한국축구.너무나 갑작스럽게 쌓은 업적이라 부담도 적지 않다.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 성과가 일과성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성적 지상주의’에 짓눌려 기초보다는 승부에만 집착해 왔다.프로구단들도 재목감을 기르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둔 리그 경기에만 매달려 선수 육성은 엄두도 못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러한 구태들을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다행히 2002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고 실질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바탕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초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코리아사커비전 2010’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청사진.이 프로젝트에서 축구협회는 ▲프로구단 및 지역축구 유소년클럽의 협회 정식 등록 ▲초·중·고 전국대회 축소 및 권역별 리그제 도입▲프로구단 유소년 육성프로그램 제도화 ▲권역별 축구장 건설 ▲프로구단추가 창단 및 2부리그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단기적으로 프로축구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망한 유소년 선수들을 발굴,선수 수급을 원활히 한다는 것.문제는 실제로 이를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 당장 실행해야 한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세계 정상에 군림한 프랑스는 90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90년과 94년 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프랑스는 이미 90년에 클레르퐁텐축구센터를 세우고 장래성 있는 선수를 양성,정상 도약을 향한 계획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이같은 청사진을 제대로 펼치려면 축구협회,프로팀 등 당국끼리의 협조체제가 절실하다.2,3부 리그 운영은 아니더라도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축구단을 창설토록 유도해 연중 리그가 되도록 하는 한편 축구 전문학교를 창설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에서 어려울 경우 축구선진국으로의 유학도 필요하다.일본의 경우 J리그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유·청소년들을 브라질·독일 등축구선진국에 유학을 보내 재목을 키웠다.

중국도 93년엔 유소년 60여명을 브라질로 보내 일찌감치 선진축구를 배우도록 했다.상하이가 연고지인 ‘신화’프로팀의 경우 유소년 20명을 2년씩 브라질로 유학시키고 있다.이는 아프리카 대륙 각국도 마찬가지다.

축구협회 장원직(61) 경기분과위원장은 “엄청나게 상승한 팬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국내에서 자주 치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