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극단 유 ‘생존도시’

연극 리뷰/ 극단 유 ‘생존도시’

김소연 기자 기자
입력 2002-06-03 00:00
수정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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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극이나 영화에서 미래는 언제나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울까.극중 미래가 현실의 또다른 거울이라면,현실에 대한 비판이 예술의 한 본령이기 때문일까.극단 유의 ‘생존도시’도 스산한 SF의 계보를 따라 잿빛 풍경을 무대에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테크놀로지에 희생된 미래가 아니라,식량과 자원이 고갈돼 생존본능만이 판치는미래가 배경이다.눈에 핏발을 세우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인간들.먹이가 없는 고양이는 새끼를 잡아먹고,새는 새끼를 살리고자 다른 새끼를 고양이 밥으로 준다.오로지 살기 위해 남을 죽이고,친구를 팔아먹는 이 미래의 ‘생존도시’는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살아가는 현대도시의 삶을 상징한다.

떠돌이 검객 태수(이국호)와 김사장(김명원)의 대립구도도 흥미롭다.태수는 김사장 곁에 있던 유리(이서림)와 함께 도망치지만 결국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유리를죽게 한다.김사장은 폭행을 일삼는 악당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가자 절규하며 태수를 찾아 한판 결투를 벌인 뒤 결국 자살을 택한다.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채끝나는 결말.생존 앞에서 선악의 이분법조차 무의미해지는 현실을 그렸다.

이 연극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여러명이 무술로 대결하며 연극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액션 무대를 선사한다.엽기적인 웃음도 곳곳에 심어 놓았다.염소에게 인분을 먹여야 젖이 나온다며 억지로 변을 보려는 장면,황금박쥐·배트맨이 등장하는 박쥐 원로회의 등 황당한 유머가 폭소를 자아낸다.하지만 극의 전체적인 어두움과는 겉돈다는 느낌을 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주유소 습격사건’‘화산고’의 무술감독 배재일이 1년동안 배우들에게 검도,태껸 등을 가르쳤다.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연극 ‘남자충동’으로 1998년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실력파.인디 록밴드인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가 음악을 맡아극에 속도감을 더했다.23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7시,일 오후 3·6시(월 쉼).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3-9784.

김소연기자 purple@
2002-06-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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