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새 여성 5명을 연쇄살해한 잔악무도한 살인범도 막상제 목숨을 끊을 때는 부모를 잊지 못하였던가.지난달 30일새벽 달아났다가 1일 오후 경찰에 체포될 당시 자해를 해끝내 숨진 김모(29)씨가 부모와 애인 앞으로 각각 유서를남겼다.그는 “아버지·어머니 죄송합니다.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로 시작해 “이 죄 많은 자식 잊어버리시고 건강하세요.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이 불효 꼭 갚겠습니다.”라고 썼다.동거 중인 애인에게 남긴 유서는 두배쯤더 길었다.“내 정신이 아니었던 것도 같고….정말 미안하다.그리고 사랑했다.”는 대목이 이어지다가 “내세에 다시 만나자.”고 끝을 맺었다.
희대의 살인마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를 변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희생자를 생각하면,또 그들을 사랑했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면 범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바람에 우리사회가 그를 징벌할 수 없다는 현실이 도리어분노를 불러 일으킨다.하지만 그가 남긴 유서를 보면서 ‘그도 역시 부모와 애인을 사랑한 인간인데 어쩌다가그처럼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는가.’라는 안타까움과 함께‘천하에 어리석은 자’라는 욕설이 저절로 튀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그는 부모에게 “다시 태어나면 불효를 꼭 갚겠다.”고 했고 동거녀에게는 “내세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나름대로 미래를 기약했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서의 약속이 아니어서 더욱 무책임하게 들릴 뿐이다.그가 진정 부모와 애인을 사랑했다면 그들을 위해서,뼛골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세상에서 제 도리를 다했어야 옳다.그리고 힘겨워 못 참겠으면 그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어버렸어야 했다.그런데 사랑하는 이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한을 남기고 떠나면서 ‘내세’라니,이 무슨 얼토당토 않은 변명인가.
때마침 5월 가정의 달이다.며칠 새로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잇따라 찾아온다.불쾌하기 짝이 없는,한 어리석은 살인마에 관한 기억은 이것으로 끝내자.다만 그의뉘우침이 가득 담긴 유서를 떠올리면서 한가지만은 교훈으로 삼자.사랑에는 내세가 필요 없다.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금 사랑하자.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희대의 살인마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를 변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희생자를 생각하면,또 그들을 사랑했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면 범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바람에 우리사회가 그를 징벌할 수 없다는 현실이 도리어분노를 불러 일으킨다.하지만 그가 남긴 유서를 보면서 ‘그도 역시 부모와 애인을 사랑한 인간인데 어쩌다가그처럼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는가.’라는 안타까움과 함께‘천하에 어리석은 자’라는 욕설이 저절로 튀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그는 부모에게 “다시 태어나면 불효를 꼭 갚겠다.”고 했고 동거녀에게는 “내세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나름대로 미래를 기약했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서의 약속이 아니어서 더욱 무책임하게 들릴 뿐이다.그가 진정 부모와 애인을 사랑했다면 그들을 위해서,뼛골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세상에서 제 도리를 다했어야 옳다.그리고 힘겨워 못 참겠으면 그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어버렸어야 했다.그런데 사랑하는 이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한을 남기고 떠나면서 ‘내세’라니,이 무슨 얼토당토 않은 변명인가.
때마침 5월 가정의 달이다.며칠 새로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잇따라 찾아온다.불쾌하기 짝이 없는,한 어리석은 살인마에 관한 기억은 이것으로 끝내자.다만 그의뉘우침이 가득 담긴 유서를 떠올리면서 한가지만은 교훈으로 삼자.사랑에는 내세가 필요 없다.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금 사랑하자.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2-05-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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