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총장사퇴와 서울대 개혁 앞날

[오늘의 눈] 총장사퇴와 서울대 개혁 앞날

윤창수 기자 기자
입력 2002-05-02 00:00
수정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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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기준 총장이 지난 3월18일 사외이사 겸직 논란에휩싸인지 50일 만에 ‘백기’를 들고 사퇴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대 교수와 총학생회는 후임 총장 후보를 추천한 뒤 6월20일쯤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이 총장의 결정에 대해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사외이사 겸직 논란에 이은 판공비 과다 지출,연구비 미신고 등이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깊은 불신감을 안겼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총장이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현실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서울대 총장의 기본 덕목은 높은도덕률과 선비다운 강직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서울대 총장은 대법원장,한국은행 총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명예직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 총장의 도중하차는 개인 비리의 ‘단죄’ 차원을 넘어 도덕성 상실과 신뢰 붕괴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아탑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구성원들의 몸부림이라는 성격이짙다.그 이면에는 공대 출신인 이 총장이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대학을 만들겠다.”며밀어붙인 ‘개혁 드라이브’에대한 구성원의 불만도 깔려 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는 “개혁을 빌미로 ‘돈되는 학문’에만 투자하려 했다.”고 이 총장을 폄하했다.이 총장이 모집단위 광역화 제도를 강행,인문·사회·자연대 등 기초학문 분야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을 샀고 급기야 사상 유례없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총장식’ 대학운영은 서울대에 의미있는 ‘화두’를 남겼다는 의견도 만만찮다.독선적인 대학운영으로비난을 받았지만,이 총장은 98년 취임 당시 ‘국제 과학논문인용색인(SCI)지수’ 평가에서 70위 안팎이던 서울대를 40위로 끌어올렸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교수 사회에 경쟁 풍토를 도입함으로써서울대의 미래 개혁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는 결코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6월 총장 후보 선거에서는 이 총장에 대한역풍으로 민주성이 최대 잣대가 될 전망이다.그러나 서울대인들이 개혁성을 도외시한 채 민주성에만 매달리면 시계의 바늘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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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사회교육팀 geo@
2002-05-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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