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반츠호프 권력지수

[씨줄날줄] 반츠호프 권력지수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2-03-29 00:00
수정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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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의석수나 주주총회의 주식보유 비율에 따른 권력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방법의 하나로 반츠호프 권력지수라는 게 있다.법안 통과에 단순과반수가 필요한 국회를 상정해 보자.

●케이스 1: 의석 비율이 47대 44대 9%로 나뉘어진 경우.

어느 누구도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한다.9%의 정당도 다른 정당과 비슷한 권력을 가진다.

●케이스 2: 의석 비율이 27대 26대 25대 22%로 나뉘어져있다.앞의 세 정당은 둘만 연합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그러나 22%의 정당은 그 표가 어느 쪽으로 가든 결정에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이런 경우를 영어로 더미(dummy)라고 한다.

●케이스 3: 45대 44대 7대 4%로 나뉘어진 경우.7% 정당까지는 45% 또는 44%와 합해지면 다수파가 되지만 4%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7% 정당은 45%와 44% 정당과 비슷한 힘을발휘하지만 4% 정당은 더미가 된다.

이렇게 해서 점점 복잡한 경우로 따져가면 각 정당이 다수파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나온다.이 수를 반츠호프권력지수라고 부른다.개념을 창안한 변호사 존 반츠호프의 이름을 딴 것이다.더미는 권력지수 0이다.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의석 비율이 낮지만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반츠호프 권력지수 개념을 대입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그런 결과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또 소수 인종이나 종교집단 또는 지역주민에게 의석이나각료직을 할애할 경우에도 응용할 수 있다.예를 들어 어떤 집단에게 많은 의석을 할애한다면서 두번째 케이스의 22%에 해당하는 위치를 부여한다면 이는 더미 취급하는 셈이된다.반면에 첫번째 케이스의 9%나 세번째 경우의 7%에 해당되는 위치가 부여된다면 비율은 작아도 의미있는 권력배분이 될 수 있다.

요즘 민주당의 경선 레이스를 보면 이인제 후보는 1위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번째 케이스의 22%에 해당하는 위치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 같고,정동영 후보는 세번째 케이스의 4% 위치에서 7% 위치로 올라설 찬스가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다.과연 음모론에 이은 색깔론이 후보들의 권력 위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흥미로운 관찰거리다.

[강석진 논설위원sckang@
2002-03-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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