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간암투병 아버지에 간 이식

딸이 간암투병 아버지에 간 이식

입력 2002-03-13 00:00
수정 200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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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를 딛고 키워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습니다.” 1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암으로 투병 중인 청각장애인 아버지 홍영희(54)씨에게 큰딸 빛나(26·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청각학 박사과정)씨가 간 일부를 기증했다.

아버지 홍씨는 70년대 월남전에 포병으로 파견돼 고막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청각장애인이 됐다.이후 그는 보청기에의존한 채 불편하게 지내면서도 96년 2월 퇴직할 때까지 24년간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서울시에 재직하던 중 신체검사에서 간질환 의심으로 정밀검사를 권유받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는 200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암을 선고받았다.살 길은 이식 수술뿐이었다.

부인 김정희(49)씨는 몸이 약하고 간이식 수술을 하기에는나이도 많았다.이에 빛나씨와 작은딸 하나(24)씨가 서로 이식을 자청했고,조직검사와 가족회의를 거쳐 빛나씨가 ‘적임자’로 결정됐다.

미혼인 두 딸은 청각장애에 시달리면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버지에게서 존경심과 애정을 느꼈다.홍씨는 96년부터 보청기 수입상을 꾸리면서 생활보호대상자와 무의탁노인 등 불우이웃 700여명에게 보청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

빛나씨는 국내 청각학 박사 1호가 되어 청각장애인을 돕는것이 소원이다.동생 하나씨도 같은 대학원에서 청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빛나씨는 “수술이 두렵기도 했지만 청각장애를 이기고 저와 동생을 훌륭히 키워주신 아버지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병이 완치되면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두 딸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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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기자 hihi@
2002-03-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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