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귀 얄

[2002 길섶에서] 귀 얄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2-01-31 00:00
수정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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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준말로 청자에 백토로 분을 발라 다시 구워낸 것인데 주로 회청색이나 회황색을 띠고 있다.쇠퇴한 고려청자의 전통을 바탕으로고려말에 등장하여 조선 전기 200년 동안 만들어지다가 임진왜란 이후 사라진 매우 독특한 부류의 자기다.

휴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 들러 분청사기를 감상한적이 있다.청자나 백자의 정교한 아름다움과는 달리 분청사기는 표면이 거칠어 어딘가 질박하면서도 양식을 깨는 역동성이 느껴진다.그 원인은 표면에 백토를 바르는 귀얄이 남긴 자국에서 연유한다.귀얄은 말총이나 돼지털 따위의 올이굵고 약간 억센 털로 만든 넓적한 솔의 한 종류. 회색 바탕위에 귀얄로 백토를 쓱쓱 바른 자국은 잔잔한 물결 같기도하고, 때로는 여울목을 빠르게 흐르는 물살 같기도 해 옛장인들의 손놀림이 저절로 연상된다.

분청사기의 자유분방한 맛은 바로 귀얄이라는 연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용인술(用人術)도 쓰임새에 맞는 ‘연장'을잘 찾는 일이다.

이경형 논설실장

2002-01-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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