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전출 막은 산소 같은 파출소장

주민들이 전출 막은 산소 같은 파출소장

조한종 기자 기자
입력 2002-01-24 00:00
수정 200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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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장님,제발 우리 마을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온갖 게이트에다 뇌물 파동으로 너나없이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 무공해 산소처럼 청량감을 안겨주는 ‘공복(公僕)’ 이야기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이장단은 최근 파출소장 전출 소문이 돌자 서둘러 협의회를 개최,유임을 청하는 건의서를 채택해 강원지방경찰청에 보냈다.

이장단은 건의서에서 “서면파출소 신태진(52·경사) 소장은 부임 1년 동안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치안행정을 펼쳐왔다.”며 “주민 모두 신 소장이 지역에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니 유임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이장단은 신 소장이 지난해 2월 한계령 아래 산간마을인서면파출소에 부임한 이래 마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자와 영어를 가르치고 오지마을 도로포장,불우노인 돕기,출·퇴근길 마을주민 태워주기 등 주민들에게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며 유임 희망 이유를 상세히 열거했다.

신 소장은 우선 부임 직후부터 학원이 없는 이곳 상평초교(전교생 50명) 어린이들을위해 면사무소 회의실과 학교를 오가며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시간씩 천자문과 영어를 가르쳐왔다.영어는 15년이 넘게 아마추어 무선햄을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

일손이 바쁜 농번기 때는 인근의 미천골 휴양림으로 옮겨 ‘어린이 체력단련 이동교실’을 열어 학부모 노릇을 대신했다.가끔 서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는 동대문시장에서아이들 옷을 한보따리씩 사다 입히기도 했다. 마을 노인들을 위해서는 사진찍기 취미를 살려 영정사진을 만들어 주었다.지금까지 만들어준 영정사진만 350장이 넘는다.

또 오지 중의 오지마을인 수리마을 10가구 주민들을 위해 면사무소와 협의,도로포장용 시멘트 100포대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읍내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자주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길 주민태워주기에 앞장서며 그야말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톡톡히 해왔다.

최근에는 이전 근무지인 속초시 영랑파출소에서부터 80이 넘은 독거노인 2명에게 사비를 털어 남모르게 쌀을 지원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칭송을 받고 있다.

이근배 이장단협의회장은 “이곳 사람보다 더 주민과 지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신 소장을 붙들어야 한다는면민들의 뜻에 따라 우리 이장들이 건의서를 올리게 됐다.

”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전용찬(全龍燦) 강원지방경찰청장은 “주민들의 희망을 감안해 신 소장이 유임되는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주민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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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조한종기자 bell21@
2002-0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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