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테러전쟁과 양비론

[씨줄날줄] 테러전쟁과 양비론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1-10-12 00:00
수정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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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강화되고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반전 주장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10일 765개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반전평화 시국선언대회’가 서울 명동성당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든 테러와 전쟁을 반대한다고주장했다.지난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워싱턴 국방부 연쇄 테러 사건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사태에 대해 ‘양비론’적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국제사회에 내다 팔 물건이라고는 아편뿐이라는 가난한나라 아프가니스탄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세계의 주목을끌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올 칸영화제에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한 영화 ‘칸다하르’를 출품,호평을 받은 이란 영화감독 모흐젠 마흐말바프(44)는 아프간을 다녀와 “2만여명이 거주하는 마을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또 다른 곳에선 10만여명의 난민이 살기 위해어디론가 걸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최후의 심판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일본 아사히신문 10일자) 시민·사회단체의 주장과 마흐말바프 감독의 전언이 오버랩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둘 다 나쁘다’는 양비론은 어떨까.양비론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곧잘 쓰이던 논법이다.하고 싶은 말을하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권력’의 눈총을 피할 수 있다.또 양쪽을 나무라면서 자신은 객관적인 입장에 서는 듯이 할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사정이 다르다.‘연쇄 테러’참사로한국을 비롯한 80여개국의 5,465명(10일까지의 집계)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했다.테러는 절대악이다.이번 테러는훈련된 무장세력이 민간항공기를 납치해 그 비행기로 민간인을 대량 살상한 범죄행위다.‘9월 11일’ 그날 이후 세계는 변했다.테러 문제에 관한 한 어물어물 넘어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9월 11일’이전 수준으로 지구촌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고는 교류와 경쟁,상호이해의 21세기를 만들어 나갈 수 없을것이다.손쉬운 양비론보다는 테러에 맞서는 용기가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 줄 것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2001-10-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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