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일 우익 그 ‘닮은꼴’의 합창

[기고] 한·일 우익 그 ‘닮은꼴’의 합창

진중권 기자 기자
입력 2001-08-22 00:00
수정 2001-08-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내의 고향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알게 된 우에야마 센세이(선생)는 내게 절을 하며 “일제 36년간 저지른 죄악에대해” 깍듯이 사과했다.졸지에 민족대표가 되어 노인의 절을 받으며,나는 ‘이것이 일본의 위대함'이라는 생각을 했다.나는 이게 진정한 의미의 한일우호라 본다.그런데 이와는좀 다른 우호관계도 있다.일본에도 소위 ‘친한파'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한국의 우익인사들과 긴밀한 교분을 맺고 있는 이들의 대다수가 실은 교과서왜곡을 주도하고,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그 사람들이다.친미·친일·반공 전선 속에서 양국 우익이 하나가 된 것이다.

이 해괴한 우호관계가 ‘조선일보’와 ‘산케이신문'사이에도 있다.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산케이신문’은 이번 세무조사 때 조선일보의 입장을 열렬히 대변했다.그 답례일까? 총리의 신사참배로 요란한 이 때,‘월간조선'조갑제씨가용감하게 ‘산케이'지면에 얼굴을 내밀었다.그 글에 따르면 한국의 정국은 지금 ‘김정일 정권+한국 내 좌파' 대 ‘한국 주류층+부시 정권'의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김대중 정권은 좌파측”이며,현재처럼 좌파가 주도권을 잡으면 한미동맹관계와 한일우호관계가 깨진다.통일의 지름길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해체이며,현 정권은 북괴의 생존력과 군사력만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정권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면 좌파라는 얘기다.그렇다면 김대중 정권,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들,그 정책을 도운 미국의 민주당이 모두 좌파란말인가.심지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마저 대북 화해정책을현정권의 업적으로 꼽은 바 있다.그럼 이 총재도 좌파란 말인가? 설문조사를 보면 조갑제씨가 말한 ‘주류’,즉 북의붕괴와 해체를 통해 통일을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은 늘 극소수다.가자미처럼 오른 쪽으로 치우친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중간에 있는 사람조차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사대주의적 태도다.‘월간조선’에서는 일찍이 미 공화당 부시 후보의 연설을 담은 테이프를 부록으로 끼워 판 적이 있다.부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도 되는가? 이게 무슨 망발인가.한국과 미국이 혈맹이라도,분명두 나라는 국익이 다르다.아무리 북한이 미워도,우리 국익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을 앞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한국과일본도 민족적 이해가 다르다.아무리 북이 미워도,민족의이익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북에 대한 증오심에 사로잡혀 미국과 일본 앞에서 국가적 이익과 민족적 이익을 저버리는 것은 ‘신판 사대주의’가 아닐 수 없다.

한일 우호관계가 깨진 이유는 무엇인가? 조갑제씨 말대로현 정권이 북한과 접근하여 한일의 반공전선을 약화시켜서일까? 아니다.조선일보와 긴밀히 교류하는 그 신문사에서교과서를 왜곡하고,소위 ‘친한파'들이 신사참배를 획책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일본 극우신문에 얼굴을 내밀어기껏 남북을 싸잡아 비방하다니,그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일본의 우익이 왜 북의 위협을 강조할까? 그걸 빌미로 재무장하기 위해서다.그런데 왜 한국의 언론인이 멍청하게 그 놀음에 놀아나는가.우익이라면 제 나라의 국가적 이익,제 겨레의 민족적 이익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최소한일본 우익은 그 정도는 한다.못했을때는 하라키리(할복)로 책임이라도 진다.



진중권 문화평론가
2001-08-22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