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환각파티

[씨줄날줄] 환각파티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07-31 00:00
수정 2001-07-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간이 마약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1500년대부터다.당시지중해 연안의 파피루스에는 “심하게 울어 대는 어린이에게 양귀비 즙을 먹였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그 뒤 마약은육체적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마약을뜻하는 영어 ‘나르코틱스(narcotics)’는 고대 그리스어로 ‘무감각,마비’를 의미한다.그리스인들은 양귀비꽃에서뽑아낸 아편을 진통제로 썼는가 하면 옛 중국의 전설적 의사인 화타(華陀)는 마비탕이란 것을 병자에게 마시게 한 뒤수술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마약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은 19세기 말이다.당시 미국 약국들은 ‘진정시럽’이란 이름의 마약을 공공연히 팔았으며,프랑스 문인들은 대마초 피우는 것을 멋으로 여겨 빅토르 위고나 보들레르와 같은 작가는 환각상태에서 집필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마약류가 1980년대 후반부터 유흥업소와 조직폭력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수출 경로가 막혀 재고량이 급증한 탓이었다.1980년 740여명에 불과하던 마약사범은 1999년 1만명을 웃돌아 그숫자가 19년만에 14배나 늘었다.말 그대로 독버섯처럼 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마약 투약계층도 회사원·주부는물론 의사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해에는 한 유명사찰의 주지스님마저 마약복용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마약 복용장소가 날로 공공화되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서울 신촌과 이태원을 중심으로 엑스터시등 신종 마약을 복용한 채 광란의 ‘테크노파티’를 벌여온 재미교포와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된 것은 충격적이다.

이들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마약흡입을 춤과음악을 즐기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겼다니 말문이 막힌다.3,000명 입장 규모의 한 대형 파티장에서는 60∼70%가환각상태에서 춤을 췄다는 파티 참가자의 진술 앞에서는 아찔한 느낌이 든다.

내년 월드컵대회를 맞아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의 훌리건까지 가세한 가운데 춤과 마약이 결합한 독일의 ‘러브 퍼레이드’와 같은 대형 행사가 열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이를 어찌 해야 하는가.악성 종양은 조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점을 당국이 모를 리 없을 터인데말이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2001-07-31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