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기] 부모이혼으로 맡겨진 아이들

[여성일기] 부모이혼으로 맡겨진 아이들

이정희 기자 기자
입력 2001-07-23 00:00
수정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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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곳으로 오면 새로운 이름과 생일을 부여받기도 한다.얼굴이 잘생겨서 ‘미남’,수서동이라서 ‘수동’등….

지난해 모TV에서 이름지어 생일파티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그 다음날 발신 없는 편지가 한 통 왔다.

“어제 TV에 나온 아이의 이름은 000이고 생일은 000이며본인은 아빠인데 사정이 나아지면 찾으러 가겠다”는 내용이었다.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직에 몸을 담고 생활해 온 지도 30년이 가까워 온다.그동안 가정과 직장,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들 속에서 가슴 조이던 많은 날들이 있었다.내 자녀에게 못 다 해준 것들이 남아서일까? 난 매일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말랑말랑한 살결,작은 손,작은 발,있는 그대로를표현하는 슬픈 눈망울,본인들의 선택없이 태어나고 버려지아이들, 엄마의 품속에서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동그마니던져진 아이들을 보며 오늘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엄마를 부르다 지쳐 잠이 들고 꿈속에서 흐느끼며,이유없이 열이 오르고 가슴앓이 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 가슴속 깊은 상처를 누가 씻어줄 수 있을까?부모와 떨어진 쇼크로 기억을 상실해 버리는 아이가 엄마를 보는 순간 모든 걸 되찾는 신비한 경험이 있다.

개구리가 보호색을 띄우듯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서서히 부모의 얼굴을 잃어간다.

우리 아동복지아동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은 서울에서 버려지는 아이들과 이혼과 경제 사정 등으로 가정에서 키울 수 없어 맡겨지는 아이들이다.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도 이혼건수는 12만 쌍으로 70년도의 1만2000건의 10배.하루 평균329쌍의 이혼이 이뤄진다.이중 미성년 자녀를두고 있는 경우가 70.4%로 심각한 사회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센터에서 작년에 양육시설(고아원)에 보내진 아이는538명이다.전쟁고아가 없는 지금은 이 아이들의 70%정도는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로 볼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이 아이들의 엄마노릇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보드라운 살결과의 만남으로 하루를시작하며,난 기도한다.이 아이들이 부모의 얼굴을 더 잃어버리기 전에 서로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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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소장
2001-07-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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