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노무현의 용기

[씨줄날줄] 노무현의 용기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1-05-25 00:00
수정 200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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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격이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바로 그 바보 같은짓을 하고 있다.그동안 언론개혁 공방 과정에서 성역인 언론권력을 종종 비판해온 그는 23일 수구언론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수구언론의 무차별적인 전방위 공격’을 현정부의 개혁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그리고 YS정부 때 특정 신문이 남북화해에 딴죽을 걸었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모태인 노동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했다.22일 대우자동차 노조원들 앞에서 “구조조정의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노조원들의 기(氣)만 살리는 일에는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달걀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영웅주의로 폄하하기도 한다.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원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을 때 시중 여론은 찬·반으로엇갈렸고 운현궁에서는 그를 민노(閔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그가 1905년 일제 강압에 의한 망국적인 을사조약 체결후 전북순창에서 의병을 조직했다가 일본 쓰시마(對馬島)로 끌려가 단식사(斷食死)하자 그에 대한 폄하는 일소됐다.노무현 고문이 과거 변호사 시절 노동자들과 함께 돌을 던지며 시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거나 3당 합당을 마다하고 연속 낙선의 길을 선택한 전력이 없으면 어쩌면 최근 그의 행보가 돌출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은 1974년 9월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물러난 닉슨 전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사면했다.당시 이 조치는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그는 “상처를 덮고앞으로 나가자”며 결단을 내렸다.그리고 그는 다음 선거에서 카터에게 졌다.그 27년 뒤 그의 사면조치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았다.그를 케네디 재단이 주는 ‘용기있는 인물’(Profile of Courage)로 선정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나는 포드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반대했었다”며 “역사에 비춰볼 때 그 결정 덕택에 미국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의 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언젠가 노무현 고문의 선거 팸플릿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살아 있는고기는 물살을 거스르기도 하고,큰 새는 풍향을 개의치않는다(活魚逆水 大鵬反風).”[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5-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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