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성보호법과 기업의 비용

[기고] 모성보호법과 기업의 비용

정영숙 기자 기자
입력 2001-04-25 00:00
수정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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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성보호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재계가비슷한 목소리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그 쟁점은 출산휴가연장과 육아휴직의 비용부담에 관한 것이다.모성보호법안에는 출산휴가를 현행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육아휴직 1년 동안 평균임금의 3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것이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여성 고용을 기피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 반대 이유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노동계와 여성계는 모성보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기업에게 전가할 생각이 없었다.모성보호 강화로인하여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고려하여 노동계와 여성계는 법안 청원시부터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을 요구하였다.이미 정부는 모성보호법안시행에 대비하여 일반회계에 150억원이라는 모성보호관련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따라서 재계가 주장하듯이 모성보호 비용을 기업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지나친 엄살이다.

최근 경총이 발표한 기업의 추가부담 비용 8,500억원은 과장되게 추산한 것 같다.과대포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데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자는 딱 1명이다.그러나 경총은 육아휴직 비용에 남성 23만명의 12개월치 휴직급여를 포함시켰으며 여성 12만명을 포함시켜 계산하였다.지금까지 여성노동자의 육아휴직사용비율은 0.2%에 불과하며(노동부 1999년 자료) 여성계가제대로 계산한 육아휴직 소요비용은 632억원이다.

물론 유급 육아휴직이 법제화되면 평균임금의 30%선에 불과하긴 하지만 육아휴직 신청자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보다육아휴직을 늘려 조금이라도 모성을 보호하자는 것이 모성보호법안의 정신이다.

그 비용은 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일반회계와 고용보험 등을 통하여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분담하겠다는 것이다.모성보호는 사회적 노동력의 재생산이고 따라서 그 비용도 사회적으로 함께 지자는 것이다.

과연 모성을 보호하면 여성 고용이 기피되는가?현재 우리사회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3%를 받고 있고 여성 노동자의70%가 비정규 노동자이며 영세사업장에 종사한다. 우리 사회는 사회보장제도도 엉망이지만 그나마 있는 사회보장의혜택도 여성의 70%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지난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여성노동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수출의 역군이었으나 지금도 사회적 대우는 그다지 달라진 바 없다.이런 상황에서 한국 여성의 출산율이 1.4명으로 낮아지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모성보호법은 모성보호는 둘째치고 제값 받는 취업조차 불가능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출산파업이 시작되었다.모성보호를 포기한다면 지금보다 여성고용이 확대될 것인가?또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대우와 비정규 고용이 사라질 것인가?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모성보호법안이 국회에서 거론된 지 어언 반년이 흘러가고 있다.정부와 국회는 더이상재계와 자민련을 핑계삼아 법개정에 늑장을 부리지 말기 바란다.

정영숙 한국노총 여성국장
2001-04-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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