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외교통상 발언 파문

이정빈 외교통상 발언 파문

입력 2001-03-24 00:00
수정 200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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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이 23일 한국언론재단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한·미,한·러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있었던 비화(秘話)를 공개함으로써 이에 따른 외교적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장관은 ‘한·미,한·러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자율권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측이 우리 정부에게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공식 지지를 요청했고,푸틴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모두 거절하는 등 자주적인 외교를 펼쳤다”고 답했다.이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외교 실정에 대한 해명차원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장관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신뢰,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국에 대한 윤리적 문제라는 족쇄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NMD와 관련,미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지표명을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국민과 주변국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또 정상회담을 준비하는과정에서 나온 얘기를 회담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안되는시점에 외교 책임자가 공개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정부의 신뢰도에도 큰 손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장관의 발언 이후 임성준(任晟準) 외교통상부 차관보는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미측이 우리 정부에게 NMD 지지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이장관도 기자실에 내려와서 “아침에 한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같다”면서 “외교적으로 미묘한 문제인 만큼 언론의 이해를 바란다”며 협조를 요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장관의 발언,잇단 외교부의 부인과 관련,한 외교전문가는 “요즘과 같이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에 한나라의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이 이같은 실언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2001-03-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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