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교수 내일 LA서 심포지엄

김동욱교수 내일 LA서 심포지엄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1-03-15 00:00
수정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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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현상은 주자로 대표되는 중국 송대 유학자들에게 중요한 학문적 대상이었다고 한다.물론 천체를 관측해서 순환의 법칙 등을 규명해보려고 그런 관심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우주의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본성을 키워나가야하는가라는 철학적인 문제가 관심사였다.

성리학에 절대적 가치를 두던 조선시대 선비들도 마찬가지였다.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1554∼1637)은 정치적 혼란기에 일생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지냈다.17세기 초 경상도 한외진 곳에 은거지를 얻었다.입암(立巖)이라는 큰 바위가 있는 곳이다.

여헌은 은거지를 정하고는 집터와 주변 산과 시내,골짜기 28곳에 이름을 지었다.입암 초입은 은거자를 부른다는 뜻으로초은(招隱),연못은 귀를 씻는다는 뜻으로 세이담(洗耳潭)하는 식이다.

그리곤 입암을 북극성에,주변 28곳은 28성좌에 견주었다.입암 옆 평평한 바위 계구대(戒懼臺)는 28성좌의 첫번째인 각수(角宿),입암 곁에 서 있는 일곱개의 돌 상두석(象斗石)은북두칠성으로 삼았다.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김동욱 경기대교수(한국건축사)가 의미를 찾는 작업을 했다.‘조선중기 은거선비의 집터와 별자리의 관계’라는 논문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여 미국로스앤젤레스 카운티박물관에서 16∼18일 열리는 ‘한국미술사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김교수에 따르면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은거지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비유했다.그 과정에서 고유한 건축 및 자연관이싹텄다.여헌이 은거지를 별자리에 비유한 것도 이런 다양한해석의 하나라는 것이다.

28성좌(宿)는 고대 중국의 별자리 개념이다.별자리는 인간사회의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여헌이 입암 주변 28곳을 28성좌에 견준 것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여헌은별자리에 대비시켜 이름을 짓고 의미를 찾았지만,관념적인숫자와 상대적인 위치관계에 머물렀고,실제 별자리 위치를자연 지형에 대비시킨 것은 아니었다.별자리 이름붙이기는초야에 묻혀사는 성리학자의 관념적 유희에 불과했을까.

김교수는 여헌의 작업을 자신의 거처를 우주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존재에 대한 자신감의 산물로 보았다.나아가 황폐한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여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긍정적인결과를 낳았다.조선 중기 지식인들이 갖고 있던 학문적 자신감을 바탕으로,생활터전을 적극 경영한 성과였다는 것이다.

입암촌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에 있다.입암과 주변 경관은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여헌이 이름지은 28곳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마을은 교육열이 높아 이름난 학자나 문필가도 상당수 배출됐다고 한다.하늘의 별자리를 자신이 사는마을에 재현코자 했던 한 유학자의 꿈이 마을을 번영으로 이끈 힘으로 작용한 셈이다.

더불어 현실세계에서 종종 쓰잘 데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하는 성리학적 관념세계가,실천이 뒷받침될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여헌과 입암촌의 관계는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2001-03-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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