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요 술은 휴식이다” 숫돌에 몸을 가는고행을 하듯 술을 마신 화가 장욱진(1918∼1990).한국 현대미술계에남다른 자취를 남긴 그의 10주기 회고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3)에서 열리고 있다.2월 15일까지.그동안 먹그림전이나종이그림전 등은 있었지만 유화작품만을 모아 대규모 회고전을 열기는 95년 호암갤러리 전시 이후 처음이다.
장욱진은 해,달,가족,동물,까치 등 주변의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표현한 동심의 화가다.해학과 풍류가 넘치는 투명한 상상의 세계를 작가는 자그마한 화면에 담아냈다.장욱진의 그림은 대부분 3∼4호,기껏해야 10호 정도다.화폭이 커지면 그림이 싱거워지고 밀도가 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그의 그림은 서양화 재료를 썼지만 동양화의 정신이 배어 있는 것이 특징.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욱진의 그림은 수묵화로 번안된 유화”라며 “장욱진이통칭 서양화가로 불리지만 그의 그림이야말로 진정한 한국화” 라고지적한다.
장욱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또 하나의 열쇠는 그가 유난히 집짓기를 좋아했다는 것이다.실제로 장욱진은 서울대 교수를 그만둔 1960년이후 서울 명륜동 집과 새로 지은 지방의 화실들을 옮겨 다녔다. 63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면 삼패리에 작업실을 차려 12년간 홀로 살았던 그는 다시 충북 수안보(80∼85년)로,경기도 신갈(86∼90년)로떠돌았다.장욱진에게 술이 구원이었듯이 떠남 또한 구원이었던 셈이다.
작가의 현실의 집은 그림에선 하나의 정신적 이상향으로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조그만 집 한 채는 곧 세속의 방황을 잠재워주는 고고한 영혼의 거처다.평전 ‘그 사람 장욱진’(김영사)을펴낸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피카소 그림에서 여인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장욱진에겐 집이 그런 무게를 지닌다”고 말한다.
전시작품은 49년작 ‘독’에서 타계 직전 그린 마지막 유작 ‘밤과노인’(1990년)에 이르기까지 70여점.한국전쟁 와중에 고향인 충남연기에 머물며 작은 갱지에 보리밭 사잇길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독실한 불교신자인 부인 이순경 여사(80·역사학자 두계 이병도의 맏딸)를 모델로 한 ‘진진묘(眞眞妙)’,무성한 나뭇가지위에 집이 올라앉아 있는 ‘가로수’ 등 1940년대에서 90년까지의 대표작들이 망라됐다.‘소’‘가족’‘아이들’‘수안보 집’‘나무와까치’‘두 나무’ 등 미공개작도 20여점이 전시돼 관심을 모은다.전시를 준비해온 장욱진의 큰딸 장경수씨(56)는 “아버지의 작품이 500여점 가량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에 모아보니 유화만 721점이나 됐다”며 기뻐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장욱진 전작도록과 92년 미국에서 출간된 ‘황금방주:장욱진의 그림과 사상’의 한국어 보급판도 나왔다.국내 작가의전작도록이 출간되기는 운보 김기창에 이어 장화백이 두번째다.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이라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일반3,000원,학생 2,000원이다.
김종면기자 jmkim@
장욱진은 해,달,가족,동물,까치 등 주변의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표현한 동심의 화가다.해학과 풍류가 넘치는 투명한 상상의 세계를 작가는 자그마한 화면에 담아냈다.장욱진의 그림은 대부분 3∼4호,기껏해야 10호 정도다.화폭이 커지면 그림이 싱거워지고 밀도가 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그의 그림은 서양화 재료를 썼지만 동양화의 정신이 배어 있는 것이 특징.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욱진의 그림은 수묵화로 번안된 유화”라며 “장욱진이통칭 서양화가로 불리지만 그의 그림이야말로 진정한 한국화” 라고지적한다.
장욱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또 하나의 열쇠는 그가 유난히 집짓기를 좋아했다는 것이다.실제로 장욱진은 서울대 교수를 그만둔 1960년이후 서울 명륜동 집과 새로 지은 지방의 화실들을 옮겨 다녔다. 63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면 삼패리에 작업실을 차려 12년간 홀로 살았던 그는 다시 충북 수안보(80∼85년)로,경기도 신갈(86∼90년)로떠돌았다.장욱진에게 술이 구원이었듯이 떠남 또한 구원이었던 셈이다.
작가의 현실의 집은 그림에선 하나의 정신적 이상향으로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조그만 집 한 채는 곧 세속의 방황을 잠재워주는 고고한 영혼의 거처다.평전 ‘그 사람 장욱진’(김영사)을펴낸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피카소 그림에서 여인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장욱진에겐 집이 그런 무게를 지닌다”고 말한다.
전시작품은 49년작 ‘독’에서 타계 직전 그린 마지막 유작 ‘밤과노인’(1990년)에 이르기까지 70여점.한국전쟁 와중에 고향인 충남연기에 머물며 작은 갱지에 보리밭 사잇길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독실한 불교신자인 부인 이순경 여사(80·역사학자 두계 이병도의 맏딸)를 모델로 한 ‘진진묘(眞眞妙)’,무성한 나뭇가지위에 집이 올라앉아 있는 ‘가로수’ 등 1940년대에서 90년까지의 대표작들이 망라됐다.‘소’‘가족’‘아이들’‘수안보 집’‘나무와까치’‘두 나무’ 등 미공개작도 20여점이 전시돼 관심을 모은다.전시를 준비해온 장욱진의 큰딸 장경수씨(56)는 “아버지의 작품이 500여점 가량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에 모아보니 유화만 721점이나 됐다”며 기뻐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장욱진 전작도록과 92년 미국에서 출간된 ‘황금방주:장욱진의 그림과 사상’의 한국어 보급판도 나왔다.국내 작가의전작도록이 출간되기는 운보 김기창에 이어 장화백이 두번째다.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이라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일반3,000원,학생 2,000원이다.
김종면기자 jmkim@
2001-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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