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2000/ (하)새 풍속도

공직사회 2000/ (하)새 풍속도

정기홍 기자 기자
입력 2000-12-30 00:00
수정 200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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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는 올초 어느 해보다도 새천년의 대망(大望)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해를 보내는 세밑 공직사회는 ‘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마무리하고 있다.‘사정의 칼날’에다 성과급제 도입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비켜갈 것이 없다.올해 공직사회에 나타난 풍속도를 짚어본다.

◆사정의 칼날 밑에서… 어느 해보다도 ‘몸사리기’ 분위기가 짙었다.옷로비 사건을 비롯해 은행 및 금고 부당 대출사건 등으로 국민의눈초리가 매섭게 다가섰다.이들 사건으로 ‘전방위’사정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일부의 일탈행위로 대부분의 공무원이 마음의 상처를 깊이 받았다”면서 “공직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동료가 점차 줄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민간의 감시도 따가웠다 민간단체의 감시활동이 한층 강화된 한해였다.참여연대가 지난해 서울시장의 판공비 공개를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운용에 감시 고삐가 늦춰지지 않았다.특히 ‘반부패국민연대’도 ‘반부패운동의 전국화’를 표방하면서 시민단체의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천명하는 등 공직 사회를 향해기세를 드높였다.

◆능력이 우선 올초 3급 이상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개방형 직위제’가 도입됐다.‘계급제’ 폐지안도 깊이있게 논의됐으며 ‘성과급제’의 도입이 목전에 다가섰다.이 모두가 공직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나온 결과다.‘연공서열’에 안주해온 공직에 ‘기업 마인드’가 자리하는 일대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개방형 임용제’의 도입은 공직에 고액 연봉자를 탄생시켰다.첫 사례인 국립중앙박물관장은 5,800만원을 받아 문화부장관의 5,600만원보다 많은 연봉을 가져간다.

◆‘386’ 젊은피 386세대가 정치계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공직에서도 묵은 사고를 떨치는 파격으로 ‘신선함’을 불어넣는 인자(因子)로 작용하고 있다.정통부의 한 국장은 “이들의 전향적인 사고와 행동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공직사회 변화의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이들은 컴퓨터로 무장해 공직에서의 ‘사이버 혁명’을 선도한다.특히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갖추고 네티즌을상대로행정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이버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벤처로 간다 경제 및 정보부처 고위 공직자들의 벤처기업행이 한때러시를 이뤘다.재경부 한 직원은 “환란(換亂)이후 떨어지고 있는 경제부처 공무원의 위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또 “당시 벤처기업으로 옮긴 동료가 사무실을 찾아오면 몹시 부러워했다”고 말했다.일부 공직자는 직위를 이용한 ‘정보’주식으로 거액의 재산을 증식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재경부에선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일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불난 호떡집 복지부는 의약분업,의료계 휴·폐업,의료보험료 인상,국민연금 통합,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도입 등 새로운제도의 시행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주무과인 약무식품정책과는 ‘낮에는 투쟁,밤에는 협상’이란 이중생활(?)을 해야 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과정에서 장관이 바뀌는 불운도 맛봤다.최선정 복지부장관은 “어려움속에서 직원들의 단결과 단합이 한층 강화됐다”고 자평한 반면,직원들은 “정책이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과정을 보면서 소신있게 일할 맛이 안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자체는 괴로웠다 지방자치단체는 올 한해 ‘죽을 맛’을 봤다.방만한 재정운영,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여론이 이어졌고,지자체법을 바꿔 단체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기를 못 편 한해였다.러브호텔 난립과 국토 난개발 등으로 지방 공직사회가 줄초상을 맞기도 했다.

◆드센 여성바람 인사와 예산 등 남성이 독점해온 분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지면서 주요 보직의 여성 진출이 두드러졌다.또한 부산경찰청장 등 고위 공직자들의 여성 비하발언으로 옷을 벗거나 망신을 톡톡히 당한 경우도 있었다.공직에서는 ‘술’과 ‘입’이 문제란우스갯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면 평가제 도입 교육부에서는 승진심사에서 동료와 부하직원의평가가 처음 반영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승진하려면 하급자에게도 잘 보여라’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상향식 눈치보기’에서 ‘전방위식 눈치보기’로 의식이 바뀌어 가고있는 단초다.

정기홍기자 hong@
2000-12-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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