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언론과 권력의 함수관계

[매체비평] 언론과 권력의 함수관계

김창룡 기자 기자
입력 2000-12-20 00:00
수정 200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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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문건 망령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지난해 신문기자의 손으로작성된 ‘언론대책문건’이 한 방송기자의 손에 의해 야당의원에게전달돼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한지 거의 1년만에 유령처럼 다시나타난 것이다.‘신판언론문건’이 지난해와 다른 점은 출처가 ‘권언유착’의 단맛을 아는 언론인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는 공당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다.그것도 지난해 언론문건사건 때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했던 야당이 스스로 만든 ‘차기 대권전략문건’에서 언론과 언론인을 공작대상으로 분류,집권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았다는점이다.구체적으로 이 문건은 적대적 논설진에 대해서는 비리와 문제점을 캐서 자료를 모아두고 우호적 언론인에 대해서는 조직화 방안전략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도대체 이 땅의 언론과 권력은 어떤 사이길래 언론문건이 여야를 오가며 시도때도 없이 망령처럼 나타나는가? 반복되는 언론문건사건이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먼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권력을감시,견제,비판하는 역할을 그 존재의 이유로 삼고 있다.따라서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거부한다.‘적당한’ 긴장관계 유지가 서로의 기능을 인정,보호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그러나 한국언론사를 통해 살펴보면 군사정권,문민정권가릴 것 없이 권력자,정치인들은 한국언론을 지배도구 수단이나 집권의 방편으로 삼아온 사실을 알 수 있다.때로는 언론 스스로 ‘대통령을 만든 신문’‘대통령을 만들고 싶은 언론’으로 둔갑,여론을 왜곡,호도시켰다.그 결과로 얻어진 열매는 달콤했다.언론사들은 차관이나관세 등 각종 금융특혜와 불법의 온상이 됐다. 그 공훈의 일등 주역언론인들은 장관으로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수석으로 변신했다.‘언론장학생’이라는 신조어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와 역사의 진실은 종종 훼손되거나 변질됐다.

언론대책문건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에서는 집권 시 여야를 막론하고언론의 지지 획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선거가 임박하면 이런 언론문건은 여·야당에서 수도없이 만들어진다.다만 그것이 공개가 안될 뿐이다.이미 언론을 너무나 잘 아는 언론인출신 정치인들이 여·야당에 수두룩하게 진을 치고 있다.이런 문건은언론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식의 음모적 언론플레이가 통용된다는 현실을 시사하기도 한다.언론은 정치권의 이런 ‘불온문건’에 부끄럽게 생각하고 분노해야 하지만 일부에서는 스스로 권력의 구애를 즐기며 권력의 하부구조로 편입됐다.

여당과 야당이 이처럼 언론을 자기필요에 따라 공작대상으로 간주할때 언론 바로세우기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언론이 권력과 거리 유지를 위해 노력해도 그 기능을 다하기가 힘든 판국에 이처럼 문건이판칠 때 국민은 또 다시 배신의 계절을 맞게 된다.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언론의 위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그 몫은 언론과 정치권,시민단체의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교수 언론정치학

2000-12-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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