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악 인권유린” 역사에 경종

“20세기 최악 인권유린” 역사에 경종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2000-12-13 00:00
수정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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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사과와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어김없이 열리고 있다.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도하는 이 집회는 92년 1월부터 9년째 계속돼 왔지만 아직도 일본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 이같은 책임을 각성시키는 판결이 12일 내려졌다.민간법정인‘국제여성전범법정’은 이날 히로히토(裕仁) 일황에 대해 ‘인도(人道)에 대한 죄’ 위반 혐의로유죄를 판결하고 일본에 대해서도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금지 등의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2차대전 종전 후 반세기가 넘도록 단죄되지 않고 있는 20세기 최악의 인권유린 행위인 위안부 문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역사의 경종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정이 구속력이 없는 민간법정이긴 하지만 이날 판결은 일본내전시자료를 통해 일본이 저지른 전쟁 책임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환기시키고 50년이 넘도록 되풀이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방지하기위한 국제규범을 새로 확립하는데 크게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미를 찾을 수 있다.

2차대전 후 독일이 나치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에 대해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철저히 자신의 과오를 숨기려 드는 한편 책임자를 처벌하고 과오에 대한국가배상에 나서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외면해 왔다.지난달 도쿄고등법원이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유죄를 인정하면서도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20년 이상이 지나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며 국가배상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판결은 종군위안부 문제는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동원해구금과 고문, 강간을 일삼은 행위라고 명백하게 규정,분명한 ‘인도에 대한 죄’ 위반이라고 못박음으로써 당시 일본군의 실질적인 최고통수권자인 히로히토 일황에 유죄를 판결하는 한편 일본이 국가배상을 해야 한다고 책임을 명기함으로써 어떤 이유로도 전쟁을 빌미로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이 이날 판결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아직도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 종군위안부피해 할머니들에게도 역사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첫걸음이 될 수있을 것이다.

유세진기자 yujin@.

* 인도에 대한 죄란.

‘인도에 대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는 1945년 11월 20일부터 1946년 10월 1일까지 나치 독일이 저지른 전쟁범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던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재판에서 ‘평화에 대한 죄등과 함께 나치 전범들을 단죄하는 데 적용됐던 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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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나 구유고 및 르완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전범들을 기소하는 데 적용되면서 국제 인도법의 핵심 관습법으로 정착됐다.일제의 전쟁 범죄를단죄하기 위해 설치됐던 극동 국제군사 재판소 헌장에도 그대로 적용됐으나,46년 4월 기소 과정에서 이 죄목이 빠짐으로써 히로히토 천황등이 기소를 모면하고 일제의 범죄 행위 단죄가 누락되는 결과를 낳았다
2000-12-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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