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부풀리기’ 끝내라

[사설] ‘의혹 부풀리기’ 끝내라

입력 2000-11-04 00:00
수정 200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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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迷路)의 끝은 어디인가.의심이 또다른 의심을 낳는 혼란스러운형국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의혹 공방’에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정확한 보도가 의혹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단계다.이른바 ‘정현준(鄭炫준)펀드’ 명단에 오른 653명을 대상으로 가·차명 여부까지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하지만 의혹은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졌다.검찰 수사가 일반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그렇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불신뿐이다.

의혹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여권 실세’ 개입설은 일단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났다.검찰은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이 실명으로거론한 여권 인사 4명은 ‘정현준 펀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밝혔다.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들이 가·차명으로 가입했을 수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이를 분명히 확인할 때까지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다.실명을 거론한 이의원은 별도의 자료나 증거를 갖고있지 않다고 시인했다.

물론 사안의 성격상 풍문처럼 정·관계인사들이 가·차명으로 가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결정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정·관계 로비 가능성을 거론한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사장이나 이경자(李京子) 동방금고 부회장은“유력인사가 가입했다고 들었다”면서 발설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관계 유력인사 개입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없는 사실이라도 있는 것처럼 꾸며내야의혹이 풀릴 판이다.

검찰과 경찰이 자살로 결론을 내린 장래찬(張來燦) 전 금융감독원국장의 죽음도 타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유서에 가필 흔적이 있는데다,160㎝ 높이의 타월걸이에 목을 매고 자살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이 의심의 근거다.경찰은 “장씨처럼 낮은 자세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례는 수사학 교과서에 나와 있다”면서 국립과학연구소의 부검 결과도 자살로 판명났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자살이라면 장씨를 죽음으로 내 몬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꼬리물기’식 의혹제기에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끊임 없는 ‘의혹 공방’속에 사회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해지고있다.부실기업 대규모 퇴출 발표까지 겹쳐 시민들의 가슴에는 그야말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우리 스스로를 메마르게 하는 소모적 ‘의혹 공방’은 이제 끝내야 한다.

2000-11-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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