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하는가

[대한광장]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하는가

정대화 기자 기자
입력 2000-10-26 00:00
수정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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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두 개의 진실이 공존하고 있다.하나는,국회는 국민 주권을 대표하는 주권기관이라는 헌법적 진실이다.이 진실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또 하나는,21세기는 시민운동(NGO)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언적 진실이다.그 결과 정부기구(GO)를 중시했던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 NGO를 또 하나의 권력으로 인정하는 경향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회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적 주권기관이지만 그동안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군사독재 아래서 민주주의의 원리인 삼권분립이 부정되었던 악습이 관행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운동은 삼권분립의 확립과 국회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명백하게 시민운동이 국회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흥미로운 점은 국회를 지원하는 시민운동을 국회가 거부하는현실이다. 그 결과 헌법적 주권기관인 국회와 국민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시민운동이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시민운동이 국정감사모니터활동을 통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총선연대를 구성해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등의 이유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치학자의 눈으로 볼 때 민주국가에서 의회는 사회적 갈등이 전개되는 합법적인 공간이다.역사적으로 이러한 갈등은 발전을 동반했다.

봉건 귀족정치에 대한 신흥 자본가계급의 저항이 의회제도의 싹을 틔웠다면,19세기 부르주아적 의회제도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참정권의 확대를 낳았다.20세기 들어서는 관료화된 의회제도에 대한 불만이 시민사회의 확장과 참여민주주의로 연결되었다.이런 점에서 국회와 시민운동의 갈등 역시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발전을 위해서라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이제 권력에 약하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강한 못난 국회를 용납해서는 안되겠다.국회는 오랫동안 권력의 시녀로서‘통법부’라 불리었다.민주화 이후에는‘뇌사국회’와 ‘식물국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국회가 국민을 배신했다는 증거이다.또한 자정 능력도 없고,생산성도 낮고,탈법과 편법을 도맡아 하는 국회의 낡은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이런 국회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를 하고,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일을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이야기도 있다.국회는 국회의원이국민을 대신해서 의정활동을 하는 곳이지 국회의원만을 위한 배타적공간이 아니다.국민들이 가장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국회요,국민들을 가장 높이 떠받들어야 할 곳도 국회다.국민 없이 존재하는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런 국회가 담장을 쌓아 국민의 자유로운출입을 막는 것도 부족해서 본청과 의원회관의 앞면 2층을 1층이라하여 국회의원만 출입하고 뒷면 1층을 지하 1층이라고 부르면서 국민들이 출입하도록 하는 어색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어떻게 국회의원눈에는 2층이 1층으로 보이고 1층이 지하로 보이는지,왜 주권자인 국민들은 왜소한‘민원인’이 되어 뒷문 지하로만 드나들어야 하는지국회가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제 권력에 뺨맞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국민은 일개 민원인이 아니라 당당한 주권자이며 국회의 정치적 주인이다.국회의 담장을 허물고 불필요한 경비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국민들이 국회의원과 함께 정문으로 출입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국회가 국감연대의 활동 등 국민의 권리를 공적으로 대변하는 시민운동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없다.시민운동의 국회 감시활동은 무능한 국회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이 국회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는사실에 주목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계속 국민을 무시하고시민운동을 거부한다면 국민과 시민운동 역시 국회를 거부할 수밖에없다.

국민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국회는 존속이 불가능하다.

여러 나라의 역사적 경험으로 보더라도 국회를 대체하거나 국회의원을 대체하는 일은 가능하다.이제 국회가 스스로 환골탈태하든지,아니면 국민들이 나서서 국회와 국회의원을 바꾸든지 일대 결단이 필요한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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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화 상지대교수·정치학
2000-10-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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