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뒷북’만 치는 언론보도

[매체비평] ‘뒷북’만 치는 언론보도

김창룡 기자 기자
입력 2000-10-25 00:00
수정 2000-10-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또 하나의 국책사업에 거액의 헛돈이 날아가고 있다.지방언론은 자기고장 홍보에 덩달아 동원되고 있고,중앙언론은 ‘예방저널리즘’을게을리한 채 뒷북치기나 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2000년 상반기 국고 2000억원을 지원하는 ‘태권도공원조성’이라는 국책사업을 발표했다.지방자치단체들은 이처럼 엄청난 국고보조와 연간 관광객 150만명이 예상된다는 문화부의 계획에태권도공원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지난 5월 신청 마감결과 전국 27개 지자체가 후보지 신청을 낸 것으로 보도됐다.경기도는 하남,성남등 무려 9개 시,군이 후보지 신청에 가담해 열기를 더했다.재정이 부실하고 마땅한 수익사업이 없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탐을 낼만한 국책사업이다.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국가적 대사(大事)인 국책사업에 관한 한 우리정부는 그동안 투명성과 공정성,전문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언론은 그 부패의 뒤치닥거리 보도에 열을 올린 경험이 많이 있다.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군 전력증강사업인 ‘백두사업’에 몸로비로 법정구속까지 된‘린다김사건’,뒤늦게 600억원의 로비자금이 발견됐다며 검찰에서흘리고 있는 총 18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고속철도사업,‘황금알을낳는 거위’라고 떠들어대다가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케이블TV사업 등등.나열하기도 부끄러울만큼 국책사업 하나하나 부실과 부패,불법로비에 멍들었다.어느 사건에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은 없고 뒷북치기에 열올렸던 언론.국책사업 ‘태권도공원’ 역시 전철을 밟을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오락가락하는 후보지 선정 발표시기.문화부는 7월말에 후보지를 선정한다고 했다가 돌연 연기하더니 10월말 발표예정이란다.그런데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이달말에도 어렵고 올해말이 돼야 할 것 같다고 한다.사안이 중대하고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면 선정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그러나 후보지 선정발표 시기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데이렇게 연기되는 뚜렷한 이유를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이 과정에 지자체의 사활을 건 로비전과 주요 도로가와 지역을 뒤덮는 엄청난 플래카드만 늘어나고 있다.이런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또과연그렇게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그러나 언론은 말이 없다.

그 다음은 진행과정의 투명성 문제.실사팀은 3개 자치단체가 포기한2주동안 24개 후보지를 돌며 자료수집을 한단다.그리고 어떤 인사들로 구성됐는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알기 힘든 ‘선정위원회’가후보지를 결정한다고 한다.2주라는 짧은 기간에 24개 후보지에 가 주마간산격으로 한번 둘러보겠다는 것인지,저녁에 술대접 한번 받는 것으로 실사를 대신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세계 5,000만명의 세계 태권도인을 위해 태권도를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문화부의 계획은 나름대로는 괜찮은 것이다.또 국책사업으로추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그러나 국책사업마다 만신창이가 된만큼 치밀한 계획과 전문성,투명성 보장은 절대 당위다.플래카드의숫자로 후보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닌데 ‘주민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무식함에 주민의 돈을 쏟고 있고,또 문화부는 결정시기를 늦추고있다.

언론은 이번에도 뒷북준비나 하는 모습이다.유태인 속담에 ‘사람들은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을독려하는 사람은 고마워하지 않고 불끄는데 도와준 사람에게나 고마워한다’는 것이 있다.한국언론은 소방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데 ‘예방저널리즘’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벌써부터 ‘태권도공원’이 걱정된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0-10-25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