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예술의 극치 전각 조형미 ‘물씬’

동양예술의 극치 전각 조형미 ‘물씬’

입력 2000-10-14 00:00
수정 200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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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는 그리는데 화제는 못쓴다’ ‘전서는 쓰는데 초서는 모른다’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이런 말들을 듣는다.이른바 ‘전공바보’를 일컫는 표현들이다.서예가이자 전각작가인 고산(古山) 최은철(41). 그는 무엇보다 이런 절름발이 예술가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1992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한문부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으며서단의 주목을 받은 그는 초정 권창륜 선생을 사사하며 전서·예서·해서·행서의 4체를 익혔다.또한 전각가로서 주(周),진(秦),양한(兩漢)으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각풍(刻風)을 두루 구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 인사동 덕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산 최은철 서예·전각’전(17일까지)은 서예와 전각에 대한 작가의 심후한 공력을 확인할수 있는 자리다.작가는 유학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를 주제로 글씨를 쓰고 또 인장으로 새겼다.불경이나 천자문 등을 소재로 한 전각전이나 책들은 있지만 경전의 명문가구(名文佳句)를 새기고 써 전시하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작가의 이번 첫 개인전에는 서예·전각작품 190여점이 나와 있다.

서예와 달리 전각(篆刻)은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장르다.전각하면사람들은 그저 도장을 새기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하지만 전각은 서예와 조각,회화와 구성을 아우르는 종합예술로 특히 서법과 밀접한관련이 있다.전각에서는 한자 서체 중에서도 전서를 주로 사용한다.

전서야말로 조형성이 가장 풍부한 서체이기 때문이다.전각에는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법이 있다.자법(字法)과 장법(章法,도장 면에글자를 배열할 때의 문자구성법),그리고 도법(刀法,칼을 운용하는 기법)이 그것이다.고산의 전각에 대해 전각가 한천형은 “장법이 법도에 맞고 용도(用刀) 또한 자유자재”라고 평했다.고산은 이번 전각작품을 통해 포자(布字,글자를 배열함)는 주위를 기울여 섬세하게 하되칼로 새길 때는 대담성이 필요하다는 전각의 금과옥조를 몸소 실천해 보여준다.‘동양예술의 극치’인 전각의 세계에는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깃들여 있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맞춰 ‘논어’를 토대로 한 350여점의 서예와전각 작품을 담은 ‘고산 최은철 서예 전각 논어’(이화문화출판사)란 책도 펴냈다.이 책은 작품의 대상이 된 ‘논어’의 말들을 모두영어와 일어로 번역해 실어 눈길을 끈다.(02)737-7136.



김종면기자
2000-10-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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