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졌기에 보이는 것들

[데스크 시각] 졌기에 보이는 것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6-07-02 00:33
수정 2026-07-0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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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냉담에 흐린 눈 했던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면 직시
자성 넘어 청년 불신 해법 내놔야

지난해 10월 브라질은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사상 첫 패배였다.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은 “미래를 위한 값진 수업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8개월 뒤 북중미 월드컵 32강에서 두 팀은 다시 만났고 이번엔 브라질이 웃었다. 일본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자 안첼로티 감독은 짧은 패스가 아닌 방향을 크게 전환하는 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브라질은 운동장을 넓게 쓰며 일본의 탄탄한 밀집 수비를 흔들었고, 마침내 ‘극장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러다 일본에 또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기에 과감한 전술 변화가 가능했다고 본다. 일종의 ‘패배의 역설’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오세훈 시장에 역전패를 당했다. 당대표 사퇴론으로 번질 정도로 그 충격은 상당했다. 2030세대가 민주당에 냉담하다는 것도 드러났다. 서울 신촌동, 안암동, 회기동, 화양동 등 대학을 낀 동네에서 민주당 후보는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일잘러’,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도 통하지 않았다. 8년 전 서울시장 선거 때는 이들 대학가가 확실한 텃밭이었는데 이제는 험지가 된 것이다.

사실 2030 지지율은 이미 내리막이었다. 2018년 6월 4주차 한국갤럽(무선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조사에서 20대와 30대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53%, 58%였지만 지금은 20%, 30%(6월 4주차)로 지지율이 나이대로 수렴했다. 민주당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동안 ‘흐린 눈’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 이겼다면 또다시 청년 문제는 뒷전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뼈아픈 패배는 2030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계기가 됐다. 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 날인 1일 서울시장 취임식에 가 있을 줄 알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를 열었다. 정원오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민규 의원은 “2030이 지지하지 않아 아픈 패배로 다가왔다”며 “패배 속에서 좌절만 할 수 없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토론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2030세대가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에 민주당이 제대로 응답했는지 분명히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남인순 의원), “민주당은 기득권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걸 부정하고 있다. 일단 그걸 인정하고 가야 되겠다”(한정애 의원), “토론회 제목을 보면 마음이 무겁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 같다”(박주민 의원) 등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더 혹독한 평가를 내놨다. “청년을 가르치려 했고 청년의 말을 듣지 않았다”(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쓴소리도 있었다. 지지율 하락은 한 세대가 진보 정당에 보내는 불신의 경고라고도 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2030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며 보완 장치 마련을 공개 요구하고 있다. “10대, 20대, 30대, 중장년층이 정치를 접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디지털 시대 소통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백승아 의원)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20대 비서관도 2030이 민주당에 냉담한 이유를 묻자 “청년 정책이 있어도 체감을 하기가 어려웠다. 효능감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쪼개질 것처럼 싸우고 있어 청년 문제를 놓고 주자들이 생산적인 논쟁을 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청년 불신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삶, 이들과의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방식으로는 이들의 지지를 받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건 자명하다. 물론 과감한 전술 변화를 할지, 가던 길을 그대로 갈지는 민주당이 알아서 할 일이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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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정치부 차장
김헌주 정치부 차장
2026-07-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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