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첫 금메달 “막내딸이 해냈다”

시드니 첫 금메달 “막내딸이 해냈다”

김병철 기자 기자
입력 2000-09-20 00:00
수정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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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우리 막내 딸이 드디어 해냈구나” 19일 오후 시드니 올림픽 여자 양궁에서 윤미진양(17·경기체고 2년)이 기대하던 한국의 첫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윤양의 어머니 김정희씨(45)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수년째 맞벌이를 하며 1남4녀를 키워온 고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듯,환희의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10년째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D유리 공장 사원식당 주방에서 일하고있는 김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 전날 월차를 낸 후 시어머니 안을숙씨(76)와 함께 집에서 마음을 졸이며 TV로 경기장면을지켜봤다.

덤프트럭을 몰고 있는 미진양 아버지 윤창덕씨(54)는 이날만은 하루를 쉬고 싶었지만 일거리가 있는 바람에 공사현장에 나가야 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아침 일찍 절에 다녀온 김씨는 미진양이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가슴을 쓸어내렸다.

8강전에서 미진양이 러시아 볼로토바선수를 가볍게 누르고 4강에서는 김수녕 선수와 맞붙게 되자 김씨는 차마 경기를 보지 못하고 안방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어제 미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오히려 어미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하더군요”김씨는 “월 150만원 수입으로 5남매를 키우느라 뒷바라지를 제대로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미진이가 이렇게 효도를 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용인 수지 공사현장에서 라디오를 통해 딸의 승전보를 들었다는 아버지 윤씨는 전화통화에서 “미진이는 어려서부터 고집은 있었으나책임감은 남다르게 강했지요.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오늘의 결실을 거둔 것 같아요”라며 기뻐했다.

미진양이 다니는 경기체고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개교 6년 만에 올림픽 첫 금메달의 선물을 안겨준미진이가 대견스럽다”며 만세를 불렀다.교장인 현길호(59)교장은 미진양을 격려하기 위해 시드니 현지로 달려가는 등 미진양에 대한 남다른 기대를 보였다.

담임 김장성(36)교사는 “이제까지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본교 출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적은 없었다”며 “미진이가 학교와 지역의명예를 높여주었다”며 반가워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2000-09-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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