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맥빠진 인사청문회

[오늘의 눈] 맥빠진 인사청문회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2000-09-08 00:00
수정 200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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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회법 개정으로 헌정사상 처음 16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되자 여론의 기대는 높았다.

인사청문회 실시가 고위 공직자의 자질 검증은 물론 행정부와 사법부의 견제 기능을 내실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전문가들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의 위상을 높인 인상깊은 변화”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돌이켜 보면,제도의 혁신이 정치개혁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없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지난 5∼6일 이뤄진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인물 검증’이라는 취지가 위원장 선출과 일정 조정 등 청문회 준비과정에서부터 여야간 정치쟁점에 파묻혀 버렸다.정기국회가 파행하는 등 여야간 힘겨루기가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청문회는각당 내부에서조차 관심 밖으로 밀려난 ‘요식행위’에 그쳤다.그렇다 보니 청문회장의 분위기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인신 공격성발언이 뜸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식이하의 어거지성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이 되풀이됐다.TV 생중계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 청문회 시간을 조정하는 추태도 연출했다.

한술 더 떠 야당의 대여(對與)투쟁 일정으로 헌법재판소장 등의 임명동의안이 여야가 당초 합의한 8일 처리될지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가 최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에게 “7일 서울역 집회 하루 뒤인 8일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나,심정적으로나 어렵다”고 속내를 내비쳤다는 후문이다.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실시해 놓고도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임명동의안 처리 시기가 오락가락하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줄곧 청문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청문회기간이나 특위 활동기간을 늘려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에 앞서 정치권의체질개선과 자기반성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정치권의 인식과 풍토가 변하지 않는다면,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어색한 장식품에그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일까.

박찬구 정치팀기자 ckpark@
2000-09-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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