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존재’그대 이름 인간이여!

‘나약한 존재’그대 이름 인간이여!

입력 2000-09-07 00:00
수정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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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신의 예언대로 친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스스로 두눈을 찔러 파멸한 비운의 이름.신이 정해준 운명을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의 나약함을 증명해보인 신화속 인물오이디푸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른다.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의 작가 김명화가 3년만에 내놓은 ‘오이디푸스,그것은 인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화를 정반대로 뒤집는 모험을 시도한다.작품은 애초에 신탁(神託)이란 것은존재하지 않았고,현실의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이 꾸며낸 거짓 예언에 불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강한 인간 오이디푸스는 신이 아니라 우매한 동료들에 의해 희생당하는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설정이다.

극중 늙은 시인이 들려주는 신화 뒷편의 ‘진실’은 이렇다.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댓가로 테베를 다스리게 된 젊은 왕 오이디푸스는개혁적인 정치로 시민들의 신망과 존경을 한몸에 받지만 원로 대신들은 이방인인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가뭄이 3년째 계속되자 오이디푸스는 수로공사를 강행하고,오래전부터 왕위를 노리던 오이디푸스의 처남 크레온은 민심이 흉흉해진 틈을 타 늙은 제사장의 입을 빌어 오이디푸스가 선왕 라이온스의 아들이며,아내 이오카스테는 그의 어머니라는 거짓 신탁을 유포한다.오랜가뭄에 지친 시민들은 크레온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오이디푸스는 결국 인간에 대한 환멸로 자신의 눈을 찌른다.

‘뙤약볕’등의 작품을 통해 사회속에서 인간의지가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관심을 보여온 연출가 김광보는 이 작품에서도 ‘운명을 넘어서려다 운명에 갇힌’불행한 인간 오이디푸스와 현실의 권력앞에 무참히 머리숙이는 유약한 시민들을 대비함으로써 주제의식을 극명하게드러낸다.

이남희 서주희 정규수 주진모 등 소문난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결했다.서울연극제 국내초청작.9∼17일 문예회관 대극장.(02)732-4343이순녀기자 coral@
2000-09-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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