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상봉/ “다시 만날때까지 꼭 살아계셔요”

남북이산상봉/ “다시 만날때까지 꼭 살아계셔요”

입력 2000-08-18 00:00
수정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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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사흘째인 17일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 끝에 또다시 찾아온 이별에 단장(斷腸)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마지막으로 상봉한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는 반세기 만에 만난 혈육을 다시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은 아닌지,또다시 만나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환송 만찬에 참석한 뒤 떨어지지 않는발걸음을 옮겨 서울 올림픽파크텔과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남한의 이산가족과 북한 방문단은 온갖 상념으로 서울의 잠못 이루는 마지막밤을 보냈다.

■모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다시 만날 때까지 꼭 살아계셔야 해요” 반세기 만에 만난 아들 조진용씨(69)를 떠나 보내는 어머니 정선화씨(94)는 복받쳐 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노환으로 침대에 누워 아들을 맞은 정씨는 떨리는 두 손으로 연신아들의 두 빰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조씨가 “어머니,떨지 마세요”라며 울먹이자 정씨는 “어지러워서그래”하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아들의 얼굴을 외면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조씨는 어머니에게 애끊는 사모의 심정을 담은자작시를 읽어드렸다.

“어머니,이 아들 떠나보낼 때 검은 머리의 어머니,주름 깊게 패어아들 맞으니 이것이 어쩐 일입니까…(중략)…부디 백수 천수 하셔서통일의 그날 이 아들을 다시 한번 안아주소서…” 조씨는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다 해도 조선 민족의 비극적인 삶을제대로 쓰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들 서기석씨(67)를 떠나보내는 어머니 김금예씨(90)도 “집으로데려가 따뜻한 밥이라도 먹였어야 했는데…”라며 울먹였다.김씨는“어릴적 삼베 옷을 입혀 키운 자식이 이렇게 크다니…”라며 말을잇지 못했다.서씨는 “어머니가 고령이고 나도 나이가 많은데 언제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고 되뇌였다.

조주경씨(68)의 어머니 신재순씨(88)도 아들의 두손을 잡고 “죽는날까지 함께 살자”며 흐느꼈고 조씨는 “꼭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어머니의 두손을 꼭 잡았다.

■부부 “만나자 이별이니…” 남쪽의 아내 이춘자씨를 상봉한 이복연씨(73)는 “50년 만에 와 놓고 또 떠나버리면 어떡하느냐…”며 울부짖는 아내의 어깨를 두드리며 “통일이 돼 같이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아내 김옥진씨(78)를 끝내 만나지 못한 하경씨(74)는 “아내가 재혼했다는 이유로 상봉장에 나오지 않았는데정말 죽기 전에 마지막 속죄라도 하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들 정기씨(54)는 “어머니가 ‘내일 아침 공항에서 먼발치에서나마보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전날 호텔앞까지 왔다가 죄책감 등으로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형제 북에서 온 사촌형 김용환씨(70)를 만난 용승씨(68)는 “어제는 웃는 시간이 많았지만 오늘은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눈물이 흘러나온다”며 기약없는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전날 북에 있는 장조카 이정렬씨(39)가 남한 가족에게 보내온 안부편지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던 종석씨(64)는 형 리종필씨(69)에게 “꼭 다시 만나자”며 굳은 악수를 한 뒤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답장을써 전달했다.

부모님 영정 앞에 잔을 올리며 어머니 추모 자작시 3편을 낭독했던북한의 대표적 서정시인 오영재씨(64)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지만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형제들을 위로했다.

특별취재단
2000-08-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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