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요코가와 세츠코 ‘토토로의 숲을 찾다’

日 요코가와 세츠코 ‘토토로의 숲을 찾다’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2000-07-25 00:00
수정 200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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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말이다.국민의 자발적인 헌금이나 기부를 토대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토지,환경,문화재,동식물,시설 등을 매입한 뒤 이를 영구히 관리해가는 일종의 시민운동.이것이 바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다.우리 말로 옮기면 ‘자연신탁 국민운동’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이어 오스트레일리아,미국,일본 등을 거쳐 한국에서도 몇년 전부터 내셔널트러스트 단체들이 생겨났다.‘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역사 경관을 지키는시민의 모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대한 의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때마침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 요코가와세츠코가 쓴 ‘토토로의 숲을 찾다’(전홍규 옮김,이후 펴냄)라는 내셔널트러스트 입문서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은 영국,미국,일본 등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선진국들을 취재한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다.저자는 먼저 영국의아름다운 자연풍광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님을 강조한다.시인 워즈워스의 생가가 남아 있는 잉글랜드 북서부의 호수지방(Lake District),테니슨이 시를 짓던 언덕이 있는 와이트섬,중세의 풍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바스 교외의 레이콕 마을,하얀 해안 절벽이 줄지어 서있는 도버의 해안선….이러한 영국의 명소에서는 으레 내셔널트러스트의 마크인 ‘도토리가 붙어 있는 떡갈나무 이파리’를 볼 수 있다.내셔널트러스트의 자상한 손길이 자연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현재 약 27만 헥타르(국토의 1.5%)의 토지를 보유한 영국 최대의 토지 소유자이자 영국 해안선의 18%를 관리하는 기구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그 회원은 무려 220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이기도 하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세 사람의 선각자에 의해 창설됐다.미술평론가 존 러스킨과 그의 제자 하드윅 론슬리 신부,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이 그들이다.진정한 예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한 러스킨은 특히 잉글랜드 호수지방에 철도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환경론자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 또한 NGO활동 인구가 1,400만명(일본은 30만명)이나 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선도국가다.현재 4개 단체가 활동중이다.그중 하나가 1949년 연방 의회에 의해 설립된 ‘역사적 유산의 보존을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THP).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웅장한 저택‘탤리에신’,미국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고딕양식 건물로 꼽히는 뉴욕의 ‘린드허스트’,독립전쟁 당시 워싱턴군과 영국군간의 자만타운 전투가벌어진 필라델피아의 ‘클리브던’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과 땅들을 모범적으로 보존하고 있어 주목된다.

19세가 말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1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일본도쿄 근처의 사야마 구릉 작은 숲에서 또 하나의 결실을 보았다.1990년 도쿄의 수원지 사야마 호수를 품에 안은 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은 신주쿠가 도심으로 편입되면서 개발의 몸살을 앓게 됐다.이 숲을 지키지 않으면 ‘토토로의 고향’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토토로’는 일본신화 속에 나오는 숲의 정령.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웃의 토토로’의 캐릭터로 한층 유명해졌다.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은 결국 전국적인 헌금에 의해 매입됐고 목숨을 구했다.이곳은 ‘토토로의 숲’으로 보존돼 지금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전범이 되고 있다.

오늘날 환경운동의 질은 날로 심도를 더해가고 있다.프랑스나 스웨덴,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산이 존재하는 지역을 송두리째 보전하는 이른바 에코뮤지엄(생태박물관)운동도 펼쳐지고 있다.새만금 간척사업,그린벨트의 축소 등 자연에 멍을 안겨주는 일들이 예사로 벌어지는 우리와는 퍽 대조적이다.

‘국가’와 ‘자본’에 길항하는 힘으로서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그렇기에 더욱 필요하다.이 책 첫 장에 실린 워즈워스 시 ‘무지개’의 한 구절은서늘한 울림을 남긴다.“…그리고 나는 기원한다/내 삶이 자연의 경건함 속에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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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기자 jmkim@
2000-07-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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