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교육자 권위 존중돼야 한다

[대한시론] 교육자 권위 존중돼야 한다

박종대 기자 기자
입력 2000-05-06 00:00
수정 200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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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육이 ‘백년의 대계’라는 말은 당위적인 말일 뿐,실제와는 거리가 먼 구호일 뿐이다.해방 직후부터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국내외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많은데,한 나라의 교육정책이 정권의 갈림과 운명을 같이 한 것은 상식있는 시민의 안목으로 판단할 때 이해하기 힘들다.특히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는 학교교육이 ‘정권이데올로기 교육’으로 변질되어 학생과 교사를 괴롭힌 적이 있다.‘정권이데올로기’ 교육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학자들은 위세를 떨치던 한 시대를 마감하고,반성도 없고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건재하다.

또 한동안 언론매체에 초·중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의 비리가 연일 보도되어 마치 대다수의 선생들이 부정부패의 표본인 것 같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교사들의 촌지수수사건,교수들의 입시부정과 인사부정,연구비 독식,성추행,남의 논문표절,가짜학위 문제 등 세상의 온갖 불의와 도덕적 타락이 교육현장에만 만연된 듯 하였다. 이로 인해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교직자들의 자존심과 명예가 실추되었고 사기 또한 저하되었다.

8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서 시작된 교육개혁은 한국에서도 85년 교육개혁심의회가 설치되면서 구체화되었다.초·중등학교에서는 체벌이 전면 금지되어학생이 선생을 경찰에 고발하는 과거에는 유례없던 사태가 벌어졌고,기업에서 구조조정하듯이 느닷없이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이른바 ‘명예퇴직제도’가 실시되어 교사들을 불안하게 하였다.교육의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대학도업적주의(meritocracy)에 의한 제도개혁에 급히 착수하도록 하여 학교당국과교수들을 당황케 하였다.

최근 교수신문이 보도한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교수들의 직업만족도가 과거보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수평가제나 연봉제 도입 등이 교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연구환경의 개선과 행정절차의 간소화,수강생 수의 하향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터에 ‘아닌 밤의 홍두깨’격으로 들이닥친 교육개혁의 요구가 교수들의 어깨를 짓눌러 불만족도를 높였다고 본다.

한때 일부 대학총장들은 ‘총장은 회장,학장은 사장’이라고 공언하면서 학교를 온통 들쑤신 적이 있다.학부제 실시 이후 실용학문이 갈수록 강조되는터에 이제 대학은 대기업이 되어야 하고 교수들은 유능한 경영인이 되기를강요받고 있다.그래서 교수는 인격,학문적 능력,경영적 수완을 골고루 갖춘‘슈퍼맨’ 혹은 ‘원더우먼’으로 변모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교육개혁은 물론 필요하다.다만 정책당국은 정책 입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시행의 완급을 국내 실정에 맡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두뇌한국21(Brain Korea 21)’이란 교육부의 의욕적인 프로젝트도 대규모의 대학에유리하고,전공별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불리하게 되어 많은 교수들의항의데모를 유발했다.이제는 이 계획이 수정되어 실시단계에 있지만,오죽했으면 ‘무뇌한국 21’이란 말이 유행했을까.

근자에 교육부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교육계의 변화를 목표로 삼아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교직발전종합방안의 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지역별로 열고 있다.아무쪼록 교직자의처우개선을 비롯하여 사기를 진작할 수있는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직자도 사람이다.때문에 자기의 직분을 게을리 하는 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교권이 서기 위해서는 교육자들 자신이 노력해야 한다.교육자는 남이뭐라고 하기 전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권위는 교직자 자신이직업윤리를 확립할 때 세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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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鍾大 서강대교수·생명문화연구원장
2000-05-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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