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충동살인’의 사회

[외언내언] ‘충동살인’의 사회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0-04-27 00:00
수정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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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살인도 속도전인가?얼마전 몇달 동안 열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연쇄 살인범’이 체포돼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이번에는 사흘 동안 네 사람을죽이고 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힌 ‘희대의 살인마’가 잡혔다.도대체 우리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달 15일 서울의 어느 아파트에서 아버지의 꾸중을 들은 어느 고교생이우연히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여중생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언론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저러한 논평과 처방을 개진했다.그러다가지난 23일 저녁 경기 안산시의 한 동네 오락실에서 이아무개군(17·무작)이유아무개군(18·고교2년)과 자리싸움을 벌이던 끝에 유군을 살해한 사건이벌어졌다.단편적인 보도라서 그들 사이에 오고간 말싸움의 시종은 알 수 없지만,같은 나이 또래 무직자(?)와 고교생 사이의 위화감이 어떤 작용을 한것은 아닌지?어찌됐건 ‘가진자’와 ‘못 가진자’간의 갈등이 청소년 세대로까지 대물림하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천아무개씨(52)의 사건도 그렇다.고스톱판을 구경하다가 개평 2,500원을 둘러싸고 시비가 벌어져 우발적으로 한사람을 살해하고 또 한사람에게 중상을 입힌 천씨는 어차피 죽을 몸인지라 ‘막가는 심정’으로 평소 원한이 있던 사람들을 찾아가 세 사람을 연이어 살해했다.희생된 사람들 가운데는 천씨가 노점상을 할 때 방해를 했던 주점 주인도 있고,자신을 구박했던 어느 사찰의 대처승 부부도 있다.

고교생의 ‘엘리베이터 안 살인사건’이나 17살 무직자의 ‘오락실 살인사건’은 50대 천씨의 ‘보복 살인사건’과는 무관해 보일 수도 있다.그러나과연 그런가.천씨는 6살을 전후해서 부모를 잃고 누나와 함께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고교 2학년 때 무작정 상경,떠돌이 생활을 하며 폭력과 절도 등으로7차례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들었다.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년기를보냈고 개발연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버림을 받았던 천씨의 소외감이 우발적인 살인을 계기로 ‘가진자들’에 대한 보복 살인으로 번진 것이다.앞에 거론했던 두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복합적이다.도덕·윤리 같은당장 ‘돈이안되는 가치’를 팽개친 채 물질만을 숭상하고 사람보다 컴퓨터가 윗자리에서게 된 우리 사회의 반영이기 때문이다.‘충동적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우리 사회를 두고 세계화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추세라며 보고만 있을것인가.

張潤煥논설위원yhc@

2000-04-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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