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질서들은 그 하나하나가 어우러져서문명화된 사회를 엮어내고 지탱해 준다.질서는 강제성을 지닌 법과 규칙으로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법과 규칙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들의 자발성에의해 지켜지기도 한다.
필자는 직업상 비행기를 자주 타고 세계 곳곳의 공항을 이용하면서 질서의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에피소드를 많이 겪었다.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필자가 시카고 총영사의 임무를 마치면서 이임 인사차 워싱턴 대사관에 출장을 갔던 1983년 3월의 일이다.워싱턴을 가로질러 흐르는 포토맥 강에 비행기가 추락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항공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시점이었다.출장을 마치고 시카고로 돌아가기 위해 워싱턴의 내셔널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그런데 이륙후 얼마되지 않아 비행기는 고도를 잡지못하고 워싱턴 상공을 빙빙 도는 게 아닌가.기장은 기내방송을 통해 비행기엔진 두 개 중에 하나에 불이 붙어서 내셔널공항으로 회항,비상착륙할 것임을 밝히면서 나머지 한 개의 엔진으로 안전하게 내릴 수 있으니 승객들은 동요하지 말고 침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비행기는 연료를 다 버리고 비상착륙을 시도했다.창밖을 내다보니 한쪽 엔진은 계속 불타고 있고,활주로에는 수십대의 소방차가 비상등을 돌리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생과 사가 결정되는 순간인 듯싶었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일순간 뒷문이 열리면서 소방용 거품이온 사방을 뒤덮었다.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120여명의 승객들 가운데 그 급박한 상황에서 동요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은 앞줄에서부터 차례차례 질서정연하게 비행기를 내렸다.뒤에서 먼저 나가겠다고 허둥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질서정연했던 만큼 최소한의 시간으로 모든 승객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발휘되는 미국 시민들의 질서의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여건하에서 질서가 무너졌을 때의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서로 먼저 나가려는 승객들이 얽히고 짓밟히면서,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이처럼 질서는 집단의 조화를 위해서뿐 아니라각 개인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거듭나고 있다.그래서 국제사회는 우리를 민주주의 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가을 ASEM 정상회의,내년 ‘한국 관광의 해’,2002년 월드컵 등 세계의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될 때마다 질서정연한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
李廷彬 외교부장관
필자는 직업상 비행기를 자주 타고 세계 곳곳의 공항을 이용하면서 질서의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에피소드를 많이 겪었다.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필자가 시카고 총영사의 임무를 마치면서 이임 인사차 워싱턴 대사관에 출장을 갔던 1983년 3월의 일이다.워싱턴을 가로질러 흐르는 포토맥 강에 비행기가 추락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항공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시점이었다.출장을 마치고 시카고로 돌아가기 위해 워싱턴의 내셔널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그런데 이륙후 얼마되지 않아 비행기는 고도를 잡지못하고 워싱턴 상공을 빙빙 도는 게 아닌가.기장은 기내방송을 통해 비행기엔진 두 개 중에 하나에 불이 붙어서 내셔널공항으로 회항,비상착륙할 것임을 밝히면서 나머지 한 개의 엔진으로 안전하게 내릴 수 있으니 승객들은 동요하지 말고 침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비행기는 연료를 다 버리고 비상착륙을 시도했다.창밖을 내다보니 한쪽 엔진은 계속 불타고 있고,활주로에는 수십대의 소방차가 비상등을 돌리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생과 사가 결정되는 순간인 듯싶었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일순간 뒷문이 열리면서 소방용 거품이온 사방을 뒤덮었다.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120여명의 승객들 가운데 그 급박한 상황에서 동요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은 앞줄에서부터 차례차례 질서정연하게 비행기를 내렸다.뒤에서 먼저 나가겠다고 허둥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질서정연했던 만큼 최소한의 시간으로 모든 승객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발휘되는 미국 시민들의 질서의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여건하에서 질서가 무너졌을 때의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서로 먼저 나가려는 승객들이 얽히고 짓밟히면서,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이처럼 질서는 집단의 조화를 위해서뿐 아니라각 개인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거듭나고 있다.그래서 국제사회는 우리를 민주주의 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가을 ASEM 정상회의,내년 ‘한국 관광의 해’,2002년 월드컵 등 세계의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될 때마다 질서정연한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
李廷彬 외교부장관
2000-04-11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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