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아는 만큼 느낀다

[굄돌] 아는 만큼 느낀다

송미숙 기자 기자
입력 2000-03-21 00:00
수정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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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산행에 비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의 초입에서 개울에 발을 담그고 고기만 구워먹고 가는 사람은 산의 그정도 모습만을 보는 것이고,중턱까지 올라가 한숨 돌리고 가는 사람은 산의반 정도를 맛보고 가는 것이며,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마음껏 내려다보는 사람만이 온전한 희열과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산의 입구에서 노래나 부르다 간 사람에게 아무리 산꼭대기에서의 성취감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해주어봤자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 아니겠는가.

나는 연극 한 작품을 시작하면 아주 그 작품에 푹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얘기를 다룬 ‘아마데우스’를 공연하면 온통 모차르트에 사로잡혀 몇 개월을 보내버리며,경허 스님에 관한 희곡를 쓸 때면 경허의 발자취를 찾아 여러 절들을 돌아다니고 책들을 죄다 섭렵을 하곤 하는 것이다.

윤이상이라는 작곡가에 대한 글을 쓰게되면 그의 고향인 통영에 내려가 바닷바람을 맞고 와야지 직성이 풀리곤 한다.작품이나 사람이나 그만큼의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내게도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열성을 다해 알고 나면 그 다음에 서서히 그들이 내 안으로 들어와자리를 잡기 시작한다.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에 올라가 맑고 청량한 바람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과 같이 무엇이든 끝까지 가보아야 그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겨우 연기생활 4년만에 연기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한 후배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연기라는 것에 대해 더 정성껏 알려고 노력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아주 질겅질겅 씹어서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서산의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려는 그가 안타까웠다.

연기자가 무대에서 손발이 편해지고 걸음을 제대로 걷게 되는 것이 5년이요,자기 마음먹은 대로 연기를 표현해 볼 수 있게 되기까지 또 5년이 걸린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되새겨 보건대,하루하루 그 경지를 알려고 노력,또 노력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죽어도 없으니,오르고 또 오를 수밖에![송미숙 희곡작가·연출가]
2000-03-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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