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지역감정발언 평생실명제

[대한광장] 지역감정발언 평생실명제

장행훈 기자 기자
입력 2000-03-09 00:00
수정 200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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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제도에서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들의 대표를 뽑거나 못마땅한 대표를 바꾸는 아주 중요한 주권 행사인데 이 중요한 선거가 점점 하나의필요악(必要惡)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선거때면 다시 불거지는 정치인들의 온갖 추태가 국민에게 선거를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4·13총선이 가까워지면서 4당은 마치 지역감정 조장 경연이나 벌이듯 지역 분열을 선동하는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보통 정치인도아니고 각 당의 대표나 간부급 정치인들이 선두에 나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있는 것이다.

이제는 지역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위선과 궤변을 농하면서도 부끄러워 하는 기색조차 안 보인다.금배지에 중독돼이제 이성을 잃은 사람들처럼 보인다.설사 당선된다 해도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국민의 대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다.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처럼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시민투표를통해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제도가 있었다.유명한 오스트라시즘 제도이다.

우리는 이런 제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그렇다고 방관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행위를 더 이상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이런 행위를 범죄로 다뤄엄단하겠다고 법의 칼을 빼들었다.그러나 우리 나라 정치인들은 법을 별로무서워하지 않는다.거기에다 선거관련 법은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선거법이나 형법에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때문이다.

‘영남정권의 창출’을 공개 석상에서 주장한 김윤환 민국당 창당주비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역주의 발언과‘부산시민에게 맞는 정당이 민국당이다.이것이 실패하면 모두 영도다리 밑에서 빠져 죽자’고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김광일 최고위원의 문제 발언들이 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것이 검찰의 입장이라지 않는가? 그러므로 민족을 분열시키는 암과 같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를 예방하는 데는 법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정치인들에게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두가지 처방을 쓰는 수밖에 없다.

첫째는 정치인들의 지역 분열 조장 발언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보존하는‘지역감정 발언 평생실명제’를 만드는 것이다.이 기록은 선거때 한번 쓰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항시 공개해서 유권자뿐 아니라 해당자와 그 가족친지들에게도 두고두고 그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물론 이같은 기록은 독립적인 시민단체가 조사,기록,보관하며 그 내용을 공개해서 해당자는 물론 언론,시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한다.기록내용에 대한 이의가 있을 때는 항의할수 있게 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검토하게 한다. 이런과정을 거쳐 확정된 사실은 정치인의 이름에 평생 붙어 다니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이 더렵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프랑스에서는 큰건물이나 다리,건조물 등에는 반드시 설계자 이름이 새겨 있다.자기의 이름이 새겨 있기 때문에 이런 건물이나 다리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그래서 우리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새로 설치하는 교각에 시공사 이름을 밝히는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지 않은가.

시민단체나 유권자는 선거때 이 기록을 기준으로 정치인들의 낙천·낙선운동을 벌일 수 있으며,이들의 공직 임명에 항의하는 자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지역감정 발언 실명 기록은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와의 관계에서 평생 성적표가 된다.이렇게 될 때 정치인뿐 아니라 공직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누구를 막론하고 어찌 감히 지역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총선시민연대의‘지역감정 추방 운동본부’가 낙천·낙선운동,선거후의 당선무효소송 투쟁을 넘어‘지역감정 발언 평생실명제’쪽으로 행동 폭을넓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장행훈 경원대 교수 정치학
2000-03-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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