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 은행지배 안된다

[사설] 재벌 은행지배 안된다

입력 2000-01-10 00:00
수정 200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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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은행 소유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해묵은 이 문제가 계속 공전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며 우리는 여러 차례 본란을 통해 지적한 바와같이 재벌이 은행을 비롯,전체 금융을 지배하는 데는 반대한다.현재 증권·보험 등 제2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이 은행마저 소유할 경우 경제력집중 심화현상 등 걷잡을 수 없는 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재벌의 돈줄이 되지 않도록 하는 차단 장치와 시장규율 마련을 전제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할 뜻을밝혔다.

재벌의 은행 소유는 연초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반대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문제다.정부는 이를 오는 4월 총선 이후 본격 공론화할 것으로 알려졌다.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문제는 80년대부터 끝없이 논란이 돼 왔고 환란 이후 부실화한 은행의 경영 정상화 과제를 놓고 지난해 초에도 재론된 사안이다.

물론 재벌의 은행 소유는 외국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한 마당에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배제라는 면에서,또 금융기관 경영 조기 정상화를 위해 타당성이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은 소수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된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부정적인 면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더욱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때 은행을 자신의 돈주머니로 간주하는 사(私)금고화는 어떤 장치로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듯 현대·대우·삼성·LG·SK 등 5대 그룹은 환란 이후 계열 투자신탁회사나 펀드의 자금을 통해 부실계열사에 총 12조원이 넘는 거액의 자금을 부당 지원했다. 다른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잇따라 쓰러질 때 재벌들은 계열 투자신탁회사 등 제2금융권을변칙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퇴출돼야 할 부실 계열사를 연명시킨 것이다.제2금융권의 계열사에 대한 자금 운용 제한 규정이 있지만 부도 임박 사태에 직면해서는 일단 계열사를 살려놓고 보자며 규정을 모두 무시한 것이다.

앞으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과연 현행 제2금융권의 규정보다 더 강한 규정을만들 수 있을 것인지,설사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도 자금난의 상황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그 실효성이 매우 의문시된다.

은행 소유는 금융전문 그룹에 허용하든가,미국 은행처럼 금융기관간 상호출자로 해결하든가 아니면 선진 금융기법에 능통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 확립 등의 방법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

2000-01-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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