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정 당시 은행대리 대한매일 단독 인터뷰

안양정 당시 은행대리 대한매일 단독 인터뷰

입력 1999-11-17 00:00
수정 1999-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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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徐敬元) 전 의원의 보좌관인 김용래(金容來)씨에게 2,000달러를 환전해준 것으로 알려진 안양정(安亮政·47) 조흥은행 호남기업센터 지점장은16일 “지난 88년 9월 5일 고향친구였던 김씨에게 2,000달러를 환전해 줬으며 이 사실을 당시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지만 검찰의 최종 수사발표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안 지점장은 이날 대한매일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검찰이 내 진술을 묵살하고 당시 김대중(金大中) 평민당 총재가 서의원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았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의 수사가 조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안 지점장은 당시 조흥은행 서울 영등포지점에서 외환담당 대리로 근무했다.

■김용래씨에게 언제 2,000달러를 환전해 줬나 워낙 오래된 일이라 처음에는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88년9월5일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자세하게 그때 상황을 얘기해달라 그날 점심을 먹고 은행에 들어왔는데 전남 장흥의 고향친구이자 광주고와 전남대 동기동창인 용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환전하는 방법을 모르니 가르쳐 달라고 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줬다.2,000달러를 환전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여의도 국회내 의원회관으로올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그래서 지점장에게 보고하고 창구 여직원을거치지 않고 내가 직접 현금 160여만원을 돈봉투에 넣어 의원회관으로 가서환전해줬다.김 보좌관이 호주머니에서 100달러짜리 20장을 내놓으며 “서의원님 돈이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김용래씨가 왜 2,000달러만 바꿔 달라고 요구했는가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당시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달러가 3,000달러로 한정되어 있어 2,000달러만 환전해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그 당시 의원들이 은행에서 환전하는경우가 거의 없었던 데다,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서 전의원이 달러를 바꿔오라고 심부름을 시켜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한 것으로기억한다.

■2,000달러 이외에 환전해준 돈이 더 있나 없다.아마 용래가 3,000달러 이상의 환전을 요구했어도 거절했을 것이다.평소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는걸 생활신조로 삼아왔는데 친구가 더 이상의 환전을 요구했어도 법률에 저촉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0달러에 대한 환전표는 보관하고 있나 은행에 돌아온 뒤 바로 보관했다.전표 보관기간이 10년이어서 영등포 지점에 전화해봤더니 찾을 수 없다고답했다. 최근 들어 환전업무가 폭주하면서 보관기간이 5년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상당히 아쉽다.보관표만 있으면 당시 검찰조사가 잘못됐다는사실을 밝힐 수 있을텐데….

■지난 89년 안기부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지 않았나 조사를 받았다.정확한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사가 한창 무르익던 89년 7∼8월이었던 것 같다.

■검찰 조사에서 무어라고 진술했나 지금 말하는 것 처럼 2,000달러를 환전해줬다고 진술했다.대질신문을 하지 않았지만 수사 검사를 만나러 조사실로들어오는 용래도 만났다.무척 수척해 보여 마음이 아팠다.

■당시 누가 수사를 맡았나 검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수사관이었다.

■조사 분위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2,000달러를 환전해줬다고진술하니까 “그러냐”며 무시하는 것 같았다.달러를환전한 영등포지점의관련 증빙서류까지 첨부해 진술했는데도 묵살됐다.

■환전을 했다고 진술을 했는데도 이 대목을 빠트린 검찰의 수사발표에 대해어떤 생각이 들었나 검찰의 발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내가 바꿔준 2,000달러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김 총재를 옭아매기 위한 수사라는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고 생각했다.

■김용래씨를 석방 이후에도 자주 만났나 자주 만나지는 않았다.몇달에 한번씩 만났다.잊을만 하면 전화를 통해 안부를 전하는 사이다.

■김씨가 석방된 이후 그때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를 해줬나 용래는그때의 기억을 조금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친구의 아픔을 또 들춰내기도뭐해 당시의 일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1만달러 부분에 대해 김 보좌관과 얘기를 나눴나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그 친구가 내 성격을 잘 알고 있고 나도기회가 오면 내가 했던 일을 떳떳하게 밝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김씨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1만달러를 전액 조흥,신한,국민은행에서 환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건 그 친구에게 물어봐라.내가 알고 있는 것은 우리 지점에서 2,000달러 밖에 바꿔준 일 밖에 알지 못한다.

■지난 15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검사가 직접 1시간 가량 조사했는데 환전 여부와 액수,당시 정황 등을 주로 물어봤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야당 총재가 북한 공작금을 받았다는가정 자체가 ‘넌센스’다.당시 검찰의 수사발표를 보고 많은 의혹을 가졌는데 이번에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이종락기자 jrlee@
1999-1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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