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全斗煥씨의 金正日면담 추진

[대한포럼] 全斗煥씨의 金正日면담 추진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1999-10-27 00:00
수정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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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金正日)총비서와 면담을 갖겠다며 지난 7월 정부쪽에 협조를 구했으나,정부는 당시가 ‘서해교전’사태 직후라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전씨의 방북을 만류했다고한다.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시기론’이지만 남북문제에 전씨가 나서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 정부의 뜻이 읽혀진다.전씨가 남북문제에 나서는 것을 뜨악하게 보는 것은 비단 정부의 시각만은 아닐 듯하다.전두환 전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맡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을 때,많은 국민들은 워낙 활달하고 행동적인 전씨의 기질(氣質)쯤으로 생각했었다.

‘북한과의 秘線’이 문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다.전씨가 김정일 총비서에게 보내려했다는 서한의 요지를 보면,남북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물론 전씨는 ‘국민의 한 사람,자유민의 한 사람’으로,적법하게 북한을 방문해서 김총비서와 만날 수 있다.‘남북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이 모든 국민에게적법 절차에 따른 방북을 보장하고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12·12 군사반란’과 ‘5·17 국헌문란’을 통해 8년 넘게 국정의 조타수를 자임(自任)했던 전직 대통령이다.

뿐만아니라 그는 83년 10월 미얀마의 수도 랭군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저지른 ‘아웅산 테러’의 참극에도 불구하고,남북밀사 교환을 통해 85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을 일부 성사시킨 ‘업적’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전두환 전대통령의 방북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그는 김비서에게 보내려 했던 서한에서 북한 김일성(金日成)주석 생존시 남북간에 밀사를 보내 “남북이 무력사용을 포기하고 상호 불가침선언을 해야한다”는 데 합의했음을 강조하고 있다.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치고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전쟁)을 바라는 사람이 있겠는가.전씨는 남북간의 오해와 불신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 창구의 확대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비정규대화선(對話線)의 가동을 제의했다.

문제는 이 점에 있다.최규하(崔圭夏)씨를 포함해서 대통령을지낸 전직(前職)이 네 사람이나 있다.13대 대통령을 한 노태우(盧泰愚)씨는 북방외교로 한반도의 평화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바 있고,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金泳三)씨 또한 94년 8월 북한 김일성주석과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가 그해 7월 김일성의 사망으로 무산된 바 있다.노태우씨나 김영삼씨도 필경 비정규적인 대북 대화선(對話線)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노씨나 김씨가 남북문제 해결에 국정 원로의 ‘사명감’을 내세우며 저마다 실정법에 따라 비선(秘線)을 재가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남북문제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아무나 ‘카터’가 되는 건 아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열린 자세’를 견지하되 서두르지 않고 여건의 성숙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북한의 최고실권자와 남한의 전직이 만나 어떤 본질적인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현실적으로도 남북 최고 책임자들이 만나 합의한 사안만이 그나마 남북간에 구속력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남북정상끼리의 회담은 ‘현직’의 권한이자 책임이라는 뜻이다.

전씨는 94년 북한을 방문해서 남북정상회담개최 ‘합의’를 이끌어 냈던 카터 전대통령에 비춰,미국의 전직이 해낸 일을 한국의 전직이 못할 게 있느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제임스 얼 카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yhc@ 張 潤 煥 논설고문
1999-10-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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