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재벌언론과 언론개혁

[대한광장] 재벌언론과 언론개혁

박종화 기자 기자
입력 1999-09-27 00:00
수정 1999-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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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경제회생을 위한 필수적 조치로 재벌개혁이 꼽히고 있다.그동안 소위 관치경제로 인해 가장 특혜를 누린 것이 재벌이기 때문이다.단순한 경제적인 공룡이 아니라 그것이 정치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엄청난 파괴력과 구심력을 지닌 까닭이다.

재벌개혁은 험난하고 힘겨운 과정임에 틀림없다.그것도 일상적 경제상황에서라면 아마 재벌개혁을 논하는 것조차 어려웠을지 모른다.그러나 IMF체제라는 국가적인 위기에서 외채에 관한 한 겨우 이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재벌개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벌은재벌대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국민은 국민대로 필연적인 실업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심정으로 나서는 희망지향의 뼈아픈 결단인 것이다.

최근 들어 중앙일보 사주이자 보광기업 최대주주인 홍석현씨가 1,000개가넘는 차명계좌를 굴리며 수백억원대의 탈세를 했다고 해서 떠들썩하다.우리나라 언론매체에는 매체가 먼저 생기고 언론기업을 운영해 그런대로 기능하는 언론기업이 있는가 하면,재벌이 언론을 일궈 출발부터 재벌언론으로 자리한 매체도 있다.형식논리로 본다면 홍씨가 사주로 있는 매체는 분명히 후자에 속한다.

언론개혁 역시 우리 언론이 지닌 엄청난 힘 때문에 평상시 같으면 말조차도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경제적인 건실한 토대를 위해 재벌개혁이 필요하듯 국민의 공정한 알권리를 위해 언론개혁이 필요하고,특히 재벌언론의 개혁은 말할 나위도 없다.우리 국민들 속에는 이상한 습성이 하나 있다.정부가 정책을 발표하고 약속하면 잘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과거 독재정부 시절의 ‘합법적 거짓말’에 속아 온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그런 정부에 부화뇌동한 언론이 보도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 미심쩍어 하면서도우선은 믿고 본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여기서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어쨌든우리 언론매체는 적어도 국민인 독자들한테는 정부보다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불안한 신뢰’이긴 하나 언론보도를 일단은 믿고 보는 데는 희망사항이 있기 때문이다.그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달라는 것이다.국민의 편에서 정론을 펴달라는 것이다.스위스처럼 직접 민주주의가 여건상 어렵기에 의회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로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듯 언론을통해 국민들이 하고픈 말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언론사주인 홍씨는 탈세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만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법이다.따라서 홍씨는당연히 법치국가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책임을 져야 옳다.더 나아가 언론사주로서 상식을 배반한 책임도 져야 한다.법 이전에 상식이 있고 또 사람들은상식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1,000개가 넘는 엄청난 차명계좌는 법 이전에 민주시민으로서 상식 위반이다.그는 보광기업의 대주주이기에 앞서 언론사 사주이기에 언론의 힘을 믿고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다.본인이 직접 했든,주변이 했든 그것은 별 차이가 없다.언론은 사건을 보도할 때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골라 보도하지 않는다.그것은 법정관할이다.상식의 세계만 넘어도 언론은 그것을 사건화해 크고 작게보도하지 않는가.

언론사 사주가 범한 그같은 몰상식한 행위가 근절돼야 언론개혁이 가능하다.

언론의 책임은 법과 상식을 넘어선다. 도덕적인 책임이 그것이다. 법 이전에 상식이 있고,법 위에 도덕이 있다.홍씨 개인이 범한 개인적인 부도덕을 여기서 문제삼으려는 게 아니다.공익을 위한 언론사 사주로서 공공도덕을 훼손한도덕적 탈선이 문제다.

정당이나 파당끼리 싸우는 정치적 갈등 속에서 언론이 객관적 보도자로 일종의 ‘성역’을 누려왔다.하지만 실정법 위반은 물론 몰상식이나 부도덕은‘성역’에서 추방돼야 옳다.대변해 주어야 할 우리 국민의 순박한 상식과도덕을 송두리째 배반하고 유린한 때문이다.따라서 언론개혁은 제도개혁에앞서 언론인 개혁,언론을 치부와 권력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의 개혁으로부터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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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宗 和 기독교장로회 총무]
1999-09-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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