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여성연합(공동대표 신동식 김진희)은 한국기자협회 여성특위(위원장 김미경)와 함께 ‘여성인사관련 보도,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28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강당에서 열었다.효성 가톨릭대 이정옥교수(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공동소장)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공론화 되면서 미디어에서 여성인사 관련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그러나 여성의 호칭문제를 비롯,여성을 보는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여러가지 갈등과 오해가 빈발하고 있다.
첫째,힐러리 등 접미사의 오·남용이다.힐러리는 미국 대통령부인으로 남편에 뒤지지 않는 전문경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뉴욕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정치인으로서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진보적인 여성이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힐러리’는 ‘설치는 여성’의 대명사로 사용된다.최근 4억원 로비 수수로 구속된 주혜란씨,이인제 전경기지사 부인 김은숙씨 등이 모두 ‘경기도 힐러리’로 표현됐다.당당한 활동과 문제행동을 ‘설치기’로 뒤섞음으로써 여성의 활동=부정적 결과라는 그릇된 등식을 유포하고 있다.
둘째,남성과 달리 여성인사에 대해서는 용모와 가족 사항에 대해 지나치게관심을 보인다.환경부장관이 된 김명자 장관에게는 ‘미모’라는 수식어가따라 붙는다.남성장관에게 잘 생겼다는 수식어가 남용되지 않는 점과 대조적이다.그리고 여성인사의 가족·남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여성의 독자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셋째,사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판단이다.주혜란씨의 경우 ‘∼나비’등선정적인 호칭을 사용하고 신창원의 동거녀에 대한 보도에서도 ‘조금 따뜻하게 해주니까 다 넘어갔다’는 투로 표현했다.이는 여성들은 주체적 판단력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성별 분업의 변화에 대한 희화화,또는 과잉반응이다.엘리자베스 여왕남편 필립공의 졸고있는 모습을 촬영,지위가 높은 여성의 남편 역할이 고달픔을 강조하고 있다.그리고 김용갑 전 장관이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과장되게 기사화,남편이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예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핵가족끼리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아내를 돌보는 남성을 특별한 남성으로 미화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
다섯째,대선자금 의혹,거액 외화 밀반출,검찰의 여기자 성희롱 등 본질적인 사안은 작게 취급하면서 옷로비 등 여성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인다.
성희롱방지법,남녀차별금지법 등 성차별적 관행에 대한 법적 금지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나 언론의 보도 관행은 법 제정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 관행은 성평등적 문화를 통해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려는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것이다.언론의 성평등 학습장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언론계 종사자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의 각성이 한층 요구된다.
정리 강선임기자
여성의 정치참여가 공론화 되면서 미디어에서 여성인사 관련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그러나 여성의 호칭문제를 비롯,여성을 보는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여러가지 갈등과 오해가 빈발하고 있다.
첫째,힐러리 등 접미사의 오·남용이다.힐러리는 미국 대통령부인으로 남편에 뒤지지 않는 전문경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뉴욕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정치인으로서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진보적인 여성이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힐러리’는 ‘설치는 여성’의 대명사로 사용된다.최근 4억원 로비 수수로 구속된 주혜란씨,이인제 전경기지사 부인 김은숙씨 등이 모두 ‘경기도 힐러리’로 표현됐다.당당한 활동과 문제행동을 ‘설치기’로 뒤섞음으로써 여성의 활동=부정적 결과라는 그릇된 등식을 유포하고 있다.
둘째,남성과 달리 여성인사에 대해서는 용모와 가족 사항에 대해 지나치게관심을 보인다.환경부장관이 된 김명자 장관에게는 ‘미모’라는 수식어가따라 붙는다.남성장관에게 잘 생겼다는 수식어가 남용되지 않는 점과 대조적이다.그리고 여성인사의 가족·남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여성의 독자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셋째,사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판단이다.주혜란씨의 경우 ‘∼나비’등선정적인 호칭을 사용하고 신창원의 동거녀에 대한 보도에서도 ‘조금 따뜻하게 해주니까 다 넘어갔다’는 투로 표현했다.이는 여성들은 주체적 판단력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성별 분업의 변화에 대한 희화화,또는 과잉반응이다.엘리자베스 여왕남편 필립공의 졸고있는 모습을 촬영,지위가 높은 여성의 남편 역할이 고달픔을 강조하고 있다.그리고 김용갑 전 장관이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과장되게 기사화,남편이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예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핵가족끼리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아내를 돌보는 남성을 특별한 남성으로 미화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
다섯째,대선자금 의혹,거액 외화 밀반출,검찰의 여기자 성희롱 등 본질적인 사안은 작게 취급하면서 옷로비 등 여성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인다.
성희롱방지법,남녀차별금지법 등 성차별적 관행에 대한 법적 금지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나 언론의 보도 관행은 법 제정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 관행은 성평등적 문화를 통해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려는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것이다.언론의 성평등 학습장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언론계 종사자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의 각성이 한층 요구된다.
정리 강선임기자
1999-07-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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