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지구멸망, 인간의 이기심에서

[대한광장] 지구멸망, 인간의 이기심에서

이동익 기자 기자
입력 1999-07-22 00:00
수정 1999-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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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종말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의하면 지구 종말이이번 7월에 온다고 하기도 하고,또 최근 몇년 동안 지구 도처에서 시한부종말론자들의 지구 종말에 관한 주장들도 비록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버리긴 했지만 상당수의 현대인들로하여금 일부 예언이나 종교적 확신과는 상관없이어쩌면 이 시대에 지구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끔한 것도 사실이다.

자연환경의 오염과 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지구 온난화현상,식품의 오염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 등등….현대인에게 지구 멸망 시나리오를 충분히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내용들이다.특히 핵전쟁에 대한 현대인들의 공포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멸망에 관한 예언이나 일부 종교의 시한부종말론과 맞물려 그야말로 세상의 종말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심한절망감과 위기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실상 핵무기의 위력이 60억명의 인구를 가진 지구 전체를 죽음으로 몰고갈수 있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현대인들이 갖는 두려움은 더욱 크다.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은 만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 멸망 원인은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한 영화가 하나 있다.‘The Day Before’(하루 전날)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핵무기의 위험에 완벽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공호 완성.이 방공호에서 20일간 생활할 남녀 각각 10명 모집,20일의 생활 후 2만달러 지급’. 핵무기의 엄청난파괴력을 걱정하면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이 방공호였고,20명의 남녀 지원자가 엄선되어 방공호에서의 생활은 시작된다.

그런데 사건은 약속된 20일을 하루 남겨놓고 벌어진다.갑자기 방공호 내부에 사이렌이 울리고 긴급 방송이 흘러나온다.‘핵전쟁의 실제상황이 벌어졌으니 각자의 위치로 돌아갈 것!’.TV와 라디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계속반복한다.“적의 침공으로 내일 00시 이 도시에 핵폭탄이 투하되니 시민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매우 긴박한 상황이다.TV는 벌써 폭도로 돌변해 방공호의 문을 부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시민들은 온갖 장비를 동원해 방공호 문을 부수지만 끄떡도 않는다.

방공호 내부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문을 열어서 몇명이라도 살리자는 측과 그렇게 하면 결국 모두다 죽기 때문에 절대로 안된다는 측이 팽팽하게 맞섰고,결국 토론은 결렬되며 싸움이 벌어지고 방공호 내부는 유혈사태가벌어진다.실로 숨막히는 순간이고 벌써 여러 사람이 다쳐서 쓰러진다.이때갑자기 내부 방송이 흘러나온다.“여러분,진정하시기 바랍니다.지금의 바깥상황은 실제상황이 아니고 가상상황입니다.속히 싸움을 중지하시기 바랍니다”.실로 어이없는 방송이었다.서로 치고 받던 사람들이 심한 허탈감에 빠지고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인류를 멸망에 빠뜨리는 것은 핵무기가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독선이라는 것이다.나만을 주장하고 나만의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과 독선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라는것을 우리에게 암시해준다.우리 모두의 실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환경호르몬,핵전쟁의 위기가 곧 인간의 이기심때문에 생겨나 결국 인류 전체를 파멸로 몰고가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인류의 파멸,지구의 멸망이 있게 된다면 그것은 누가 그렇게 예언했기 때문에,혹은 그렇게 계시되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태계의 파괴나 핵전쟁에 의해 인류의 역사가 비참하게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지만 그러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결코 방공호가 아니다.파국을 막는 유일한 방패는 우선 나 자신부터 이기심과 독선을 버리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사는 것이다.

[李東益 가톨릭대 교수·윤리신학]
1999-07-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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